며칠 전, 친구가 부탁을 해왔다. 교내활동 프로그램 신청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썼는데 글을 읽고 이상한 부분을 고쳐달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돼 거절하려했지만, 취재하고 글을 쓰는 게 일인데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자신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나를 회유했다. 글쎄. 내가 누군가의 글을 고칠 능력이 되나. 그래도 결국엔 카페에 앉아 친구의 자기소개서를 읽게 됐다. ‘남의 글’을 고치고 있자니 처음 신문사에 들어왔을 때가 생각났다.

신문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짧은 브리핑 기사 하나를 쓰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머리를 싸매 기사를 완성하고 나서도 선배 기자들에게 스크린을 받았다. 문장을 이리 고치고 구조를 저리 고치고나자 주제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글이 손에 들려있었다. 겨우 5줄 분량의 기사에도 빨간줄이 잔뜩 그어져 있는 것을 보며 걱정하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친구의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문장의 주술호응은 잘 맞는지, 필요한 정보가 빠지진 않았는지,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지, 어느새 나름의 기준에 맞춰 남의 글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스크린 할 때도 이젠 익숙하게 빨간펜을 들고 수정할 부분을 찾는다. 물론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기자들이 글의 흐름이나 논리를 지적하는 것에 비하면 내가 하는 것은 단순한 문장 교정에 그치지만,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진 문장을 보고 있으면 약간의 뿌듯함도 느낀다. 단순히 주술호응이 맞는 문장으로만 구성된다고 좋은 기사가 아님을 안다. 그래도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부터 해나가는 중이다.

김수빈 기자 ksb9607@aver.com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