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면 고전 콘텐츠를 위한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10일 11시경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의를 듣던 도중 학우들의 환호 소리에 교수님과 함께 박수를 쳐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면서 ‘아 내가 지금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긴 했구나’하는 미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신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한 경제 불황, 탄핵 심의뿐만 아니라 사드에 따른 중국의 압박, 트럼프의 취임 등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탄핵 선고가 국내외적 불안정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간은 뒤로 가지도 않는다. 차기 정권은 전 정권의 잘못을 수습·청산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외교를 안정시키는 것에 정신없이 바쁠 것이라 예상된다.

이 미묘한 감정 속에서 이틀 전인 국어국문학과 서유경 교수님과의 인터뷰가 문득 생각이 났다. ‘웃음으로 눈물 닦기’, 고전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민족의 변함없는 정신을 말해주고 있다고 한다. 탐관오리의 부패, 전쟁, 자연재해 등의 눈물 나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선조들은 웃음을 놓지 않았다. 흥부는 놀부의 부인에게 구걸하러 갔다가 밥톨이 묻어있는 주걱을 맞고도 좋아하면서 밥톨을 먹는다. 자신의 불행을 인정하면서도 말장난을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실소를 짓게 만든다. 흥부의 결말은 당연히 해피엔딩이다. 심청전, 춘향전 등에서도 주인공들은 궂은 시련뒤에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불행을 외면하는 것은 않는다. 다만, 마주하면서도 실컷 욕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해학과 풍자의 미학이다.

현대 대중문화에서도 이러한 정신은 계승되는 듯 보인다. 그 흔한 막장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지만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부도덕적인 재벌들과 정치인사들은 희화화되고 결국 벌을 받는다. 혹자는 해피엔딩에 대해 자기 위안이며 뻔한 전개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세계관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하고 살인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말들처럼 윤리적 사회의 밑거름이 된다. 

현실로 넘어와보자. 2017년의 대한민국도 고전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나라의 수장이 부정부패를 저지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은 최악이라고 불린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기하고 싶고 이민 가고 싶을 때도 있다. 지금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상기기켜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실컷 욕하자. 그리고 해피엔딩을 바라보자.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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