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많은 평론가들은 그가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아카데미가 옳은 판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영화 잡지 「씨네 21」은 그의 연기를 두고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릴 만큼 훌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시 애플렉은 성추행으로 동료 스탭에게 고소를 당한 이력이 있다. 이를 두고 그의 수상이 비윤리적인 선택이었다는 의견이 있다. 과연 예술과 사생활은 분리될 수 없을까. 이에 대해 두 기자가 얘기를 나눠봤다.

예술가들의 비윤리적인 사건사고
김준수 (이하 준수): 케이시 애플렉을 고소한 동료 스탭은 그가 자신의 숙소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성관계를 요구했고 강제로 추행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고 말했다. 소송 직후 두 사람은 합의를 했고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외에도 예술가들의 비윤리적인 사건사고는 많다. 유명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미성년자를 강간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아카데미는 제75회 시상식에서 그에게 감독상을 줬다.
김수빈 (이하 수빈):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디 앨런은 전부인의 입양딸과 결혼을 해 화제가 됐을 정도로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한다. 또, 우디 앨런의 입양딸은 자신이 7살 때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수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할리우드에서 여전히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비슷한 사생활 논란의 사례가 있었다. 바로 영화감독 홍상수와 영화배우 김민희의 ‘불륜’ 스캔들이다.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민희와 바람을 피웠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두 사람은 대중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김민희는 청룡영화제에서 <아가씨>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준수: 비윤리적인 행보를 보인 이들에게 상을 준 것은 옳지 못하다는 여론이 있다. 잘못된 행동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옳지 못하다는 거다. 케이시 애플렉이 그런 경우인데, 그에 대해 이전에도 성 추문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술과 사생활은 분리될 수 있다 vs 없다
준수: 문제의 당사자를 지지하는 것도 비윤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씨네 21」의 경우 아카데미 수상자를 예측하는 기사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로 “케이시 애플렉의 수상을 지지하는 건 윤리적으로 옳지 않기에 그의 이름을 제외하고 고른 결과라는 것을 고백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
수빈: 하지만 예술작품과 그 창작자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가?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른 배우가 맡은 배역에 알맞은, 너무나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를 두고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것처럼. 하지만 비윤리적 행위를 한 창작자에게 상을 주거나, 공적인 자리에서 그를 훌륭한 창작자로서 평가 내리는 것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대중에 대한 예술가의 영향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범죄행위를 했더라도 좋은 예술가로서 추앙받고, 일이나 생계에 아무런 타격도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그를 바라보는 대중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다. 범죄나 비윤리적 행위가 가볍게 취급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준수: 과연 그럴까. 좋은 연기를 했으면 연기상을 받을 수 있고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면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만 폴란스키의 성폭행 피해자인 사만다 게이머는 2003년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폴란스키가 내게 한 짓은 물론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의 영화와 나를 성추행한 사건은 분명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의 예술적인 업적에 대한 평가는 작품이나 결과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격적인 평가나 그에 따른 잣대는 별개의 문제다. 두 가지를 분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예술적인 업적까지 부정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빈: 예술에는 창작자의 욕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박범신 작가의 장편소설 『은교』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훌륭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영화화까지 됐다. 그러나 박범신 작가가 사적인 자리에서 여성을 성추행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은교』는 작가의 비윤리적인 욕망이 투영된 작품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 작품 속에는 창작자의 사상이나 경험, 생각 등이 필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창작자와 예술작품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좁혀지지 않는 두 의견
준수: 지금까지 예술과 사생활의 분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다. 먼저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생활과 예술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생활로 인해 예술에 대한 업적이 부정당할 수는 없다는 거다. 그리고 예술과 사생활은 분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예술가들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대중이 작품과 예술가를 분리시켜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창작자의 가치관이 예술작품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이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거다. 이렇듯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두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만큼 정해진 답이 없고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아카데미 시상식 관계자라면 남우주연상으로 케이시 애플렉을 선택할 것인가?

정리_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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