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잠에서 깨는 시기. 지난 5일 24절기 중 하나인 경칩(驚蟄)을 맞아 이 시를 꺼내보고자 한다. 봄이 시작되고(춘분) 새싹이 트면(우수) 동물들은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경칩). 그 중 개구리도 있다.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고전시가에서 봄을 알리고, 자연스레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노곤해지는 소리, 아직도 잠이 부족한 것인지 절로 춘곤증을 유발한다.

일본의 유명 고전시인인 마츠오 바쇼 역시 개구리를 이용해 봄을 노래했다. 다만, 개구리가 우는 소리가 아니라 개구리가 물속으로 ‘퐁당’ 뛰어들어 만든 소리를 노래했다.

시에서 소리는 더 미세하고 작다. 침대에 누우면 들리는 시계의 째깍째깍 소리와 함께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았을 때 들리는,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그 짜증나는 소리처럼 말이다. 지금은 이런 소리들이 거슬리는 소리가 됐지만 1600년대 후반에는 봄을 알리는 미세한 운치로서 이용되는 소재였다는 점에서 재밌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현대에 와서 이 ‘퐁당’ 소리를 바쇼처럼 주위 깊게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동차 경적, TV, 이어폰 속 음악 등 잡다한 소리들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다. 정신질환이 많아지고 있다는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어지러운 마음 또한 우리로 하여금 작은 소리들을 차단하고 있지는 않을까.

춘분이 지나고 경칩이 되는 동안, 날짜는 우리에게 봄이 됐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정작 우리는 봄을 체감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벚꽃만이 봄을 알려주는 전도사는 아니다. 우리대학에 있는 ‘하늘못’에 가보자. 그리고 유심히 들어보는 거다. 개구리가 들려주는 소리를.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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