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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어디 닮았나? 영화 속 현실 속 ‘다중이’
이재윤 기자  |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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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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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의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최근 영화 <23아이덴티티(Split)>를 들고 찾아왔다.

<23아이덴티티>는 24개의 인격을 가진 실존인물 빌리 밀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이다.<23아이덴티티>의 주인공 케빈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다중인격이란 말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장애다. 다중인격을 가진 인물은 과거부터 흥미를 끄는 캐릭터였다. 다중인격은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영화 <아이덴티티>, 드라마 <킬미힐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사용됐다. 이러한 작품들의 다중인격 주인공들은 주인격이 아닌 보조인격들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냈다.

그렇다면 매체에서 소비되고 있는 다중인격의 모습은 과연 매체 밖의 해리성 정체감 장애와 어떤 차이를 가질까.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살펴보자.

   
▲ 영화와 드라마 속 다중인격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넓게는 해리장애에 속한다. 해리 증상은 ‘정체성이 분열되는 증상 또는 기억상실과 같은 증상’을 수반한다. 20대의 경우 흔히 겪는 해리증상이라고 하면 이성친구와 헤어지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하루, 이틀 정도의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 역시도 감당 못할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트라우마로 남아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의하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경우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진 아이의 90%는 아동학대와 방임을 겪었다. <23아이덴티티>의 주인공 ‘케빈’ 역시도 어릴적 학대를 경험한 인물이다.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아동의 경우,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주로 부모)으로부터 너무나 큰 고통을 경험했을 때 성장의 과정에서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경험이 인격이 분리되는 계기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주인격 A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다른 인격 B, C가 나타나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상담하는 교수는 편집증을 가진 보조인격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한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한 주인공의 스트레스를 그 보조인격이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아이덴티티>와 「지킬박사와 하이드」 등의 작품은 주인공이 자신의 인격들과 얘기를 하는 장면을 통해 주인격과 보조인격 간의 갈등을 심화시켜 보여준다. 순식간에 휙휙 바뀌는 인격들과 그 인격들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극적 요소를 많이 첨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개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경우 인격끼리의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백 교수는 “영화 속 설정은 극적인 재미를 위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인격이 여러 명 있어도 한번에 하나의 인격이 정신을 지배한다”며 “다른 인격이 정신을 지배할 때 주인격은 보통 기억하지 못한다. 제3자를 관찰하듯이 기억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격끼리 번갈아 나타나며 대화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바뀐 인격들이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는 것은 실제와 영화가 비슷하다. 영화 내에서 인격들은 각자 다른 성격과 관심분야를 가질 뿐 아니라 신체적 능력도 상이하다. <23아이덴티티>에서 주인격의 직업은 동물원 관리인이지만 ‘배리’라는 보조인격은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이러한 각 인격의 능력을 개발시키는 것은 가능할까. 백 교수는 “주인격보다 보조 인격이 더 창조적인 경우는 있으나 그 인격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며 “창조적인 보조인격이 꾸준히 오래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 아직까지는 천재적인 능력을 이용하는 다중인격자는 나타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격마다 신체적인 능력이나 상태가 다를 수는 있다. 영화 속에서 성인 남자인 인격과 아이의 인격은 같은 몸을 사용하는 데도 낼 수 있는 힘의 정도가 다르다. 아이의 인격이 열지 못하는 문을 성인 남자의 인격으로 바뀐 뒤엔 간단하게 연다. 또한 주인격은 당뇨가 없지만 당뇨를 앓는 보조인격이 등장하기도 한다. 백 교수는 “인격마다 힘을 내는 정도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힘은 근력뿐만 아니라 정신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쓸 수 있는 힘의 범위는 인격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체 자체가 변화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당뇨를 앓는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인격이 변함에 따라 실제 당뇨를 앓는다던가 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는 없다. 영화에서의 설정은 좀 더 극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겪게 되면 사고나 인지에 손상이 가지는 않지만 기억이 중간에 끊기거나, 평소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자아의 정체성과 연속성이 붕괴돼 혼란스러워한다.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본인의 행동에 대해서 환자들은 혼란스러워하며 병원을 찾는다고 백 교수는 전했다.

이런 이유로 일상적인 생활과 사회적인 기능에 제약이 커지면 치료가 필요하다. 백 교수는 “약물치료보다는 정신분석을 통해 해리의 기원이 되는 트라우마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며 “치료의 수단으로는 최면 혹은 안구 운동을 통해 기억과 경험을 정리하는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트라우마를 떠올려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트라우마에 대한 현재의 해석을 바꿔나가는 과정이라고 백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백 교수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는 치료는 없지만 사건에 대한 현재 환자의 해석과 감정은 바꿔볼 수 있다”며 “환자가 성장한 후 어릴적 트라우마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치료한다”고 말했다.

치료가 진행되면 보조인격들은 어떻게 될까. 드라마 <킬미힐미>에서 주인공은 과거 트라우마를 마주하면서 보조인격들과 작별 인사를 한다. 작별 인사를 마친 보조인격들은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실제 치료과정은 이처럼 낭만적이지는 않다. 백 교수는 “보조 인격들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주인격과 융합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주인격이 아닌 다른 보조인격의 출현이 줄어들면서 주인격만 남게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작품들에서 다중인격은 현실에서 나타나기 힘든 극적인 모습을 주로 다루곤 했다. 그렇지만 영화처럼 충격적인 사건들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어보인다.


이재윤 기사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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