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불경기가 지속되고 취업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빚을 안고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말이다. 그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대출(이하 든든학자금)’을 받았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포함하여 500만원 정도를 대출 받은 그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그의 걱정은 이미 현실이 됐다. 최근 학자금대출을 받았으나 여의치 못한 사정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의 정책들은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든든학자금은 취업 등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소득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소득구간 8구간 이하 학부생이 신청 가능하다. 본격적인 학자금대출의 시작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였다. ‘학자금장기대출제도’ 혹은 ‘정부보증학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제도는 학자금대출을 하기 위해서 학부모나 보증 회사의 보증이 필요한 상황을 고치기 위해 등장했다. 은행이 요구한 보증서가 정작 대출이 가장 필요한 학생들이 쉽게 대출할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보증학자금이 등장한 이후 학자금대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학자금대출 제도에 대해 80%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 설립된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대출과 장학금 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대출을 하게 되면서 이자율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원금·이자 연체자가 급증하고 학생 부담이 여전하여 같은 해 7월 정부는 든든장학금 도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든든학자금에 대해 설명하며 “이제 대학 등록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사실입니다” 라고 했다. 하지만 2010년 본격적으로 든든학자금이 도입되고 현시점까지도 대학 등록금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2016년 든든학자금 대출인원은 47만 명이고 대출금액은 1조1983억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환 대상자가 됐음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에는 1104명이었던 미상환자가 2015년에는 7912명으로 급증했다. 2015년 기준 미상환 금액은 65억5900만원에 이른다. 미상환자들이 늘어난 것은 든든학자금 이용자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최근처럼 청년 고용한파가 지속적으로 불어 닥친다면 미상환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청년실업률은 9.2%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청년 고용상황은 더욱 좋지 않는데, 9.8%라는 사상 최고치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용한파를 뚫고 취업을 했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한국장학재단과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대졸 신입사원 초임으로 제시했던 연 3400만원 이하 소득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대졸자 취업의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 취업이어서 대출 상환 능력 부족으로 대학생들이 빚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청년들이 학자금 빚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과 청년고용대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학자금만큼은 무이자로 하고, 연간 1000만원에 가까운 고액의 등록금을 낮추는 진짜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취직도 어렵고 취직이 된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에 저임금 일자리가 많다 보니까 대출 선순환 구조가 되지 않는다”며 “학자금대출 빚 때문에 학생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출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안민석 의원이 말한 것처럼 학자금대출의 이자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은 작년 7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학자금대출 이자를 없애자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교육이 현실적으로 의무교육 수준인 상황에서 대학생 등록금을 수요자인 대학생들의 책임으로만 전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층의 학자금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력도 있다. 바로 서울과 경기도 등 9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는 학자금대출 이자 지원 사업이다. 성남시는 2013년부터 4년간 12억 5000만원의 대출이자를 지원했으며 전라북도는 지난 7일 도내 14개 시·군과 함께 학자금 이자를 보조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임 연구원은 “이자를 감면해준다거나 잘 갚는 학생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 밖에 되지 않는 대책”이라며 “등록금 자체를 낮춰서 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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