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는 모란시장 정비 사업을 통해 혐오 논란을 불러왔던 개 보관시설과 도살시설을 철거하기로 했다. 모란시장에서는 연간 8만 마리의 개고기가 유통돼왔다. 하지만 현재 그곳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 이목이 조금씩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모란시장의 생태계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모란역에 도착해 개고기 유통시장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니 상인들의 생존권을 지켜내자는 현수막이 보인다. 어느덧 보신탕집들이 즐비한 거리에 도착했다. 일렬로 늘어선 가게들 몇 곳은 철수한 상태였다. 가게 내부와 외부에 있는 철제 우리가 휑하다. 아직 영업 중인 몇몇 가게는 개 짖는 소리로 가득하다. 나무판자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한 한 가게 안에서는 끙끙거리는 개 울음소리가 들린다. 시장 주변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몇몇 개들이 짖는 소리와는 그 온도차가 명확했다.

성남시의 모란시장 정비 사업에 관한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게들을 찾아갔지만 “뭣도 모르면서 적지 마쇼”와 같은 상인들의 날선 반응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비어있는 가게를 보고 주변 상인들에게 정리된 가게는 어떻게 이용되는지 물었지만 버럭하며 “정리한 거 아니니까 헛소리 말고 좀 가세요”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 철거가 진행중인 모란시장의 철제 우리들
그렇게 거절당하며 모란시장을 거닐다 한 경찰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차량에서 내린 경찰 두 명은 세 명의 시민과 얘기를 시작했다. 시장을 거닐던 박형빈(20) 씨의 신고로 찾아온 것이었다. 박형빈 씨는 “사람들 지나가는 길에서 대놓고 도축하는 게 말이 돼요? 식품위생법 위반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경찰에게 말했다. 박형빈 씨는 시장의 한 가게에서 도축을 하고 있다며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지금 도축 관련해서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고, 그 사업이 시장 상인들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 학생들이 이해 좀 해줘요”라며 경찰은 박형빈 씨와 일행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식품위생법 문제는 당장의 증거가 없어 조치할 수 없다며 조만간 정비 사업이 진행되니 오늘은 넘어가라는 경찰의 말에 박형빈 씨와 일행은 수긍하는 듯했다. 어느덧 경찰과 박형빈 씨 주변으로 많은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상인들은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젠 장날도 아닌데 와서 난리질이네”, “왜 오늘까지 와서 XX이래” 등 가차없는 욕설이 쏟아졌다.

욕설을 내뱉고 있던 상인에게 이런 신고가 자주 들어오냐고 물어보자 상인은 “요즘은 덜하고 정비 사업 시작되기 전에 장날마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왔었지”라고 답했다. 정비 사업 이후의 일들도 상인 A씨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시장 맞은편에 새 건물들이랑 아파트가 들어오는데 거기서 보기에 개장사가 안좋아보이니 그만두라는 거죠. 시에서는 업종을 변경하면 지원해주겠다고 하는데 농사짓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생선장사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성남시에 대해 불만을 내뱉었다. 시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물어봤지만 A씨는 “업종 변경에 관해서 사업 계획서랑 뭐 여러가지 반영해서 지원해준다는데 현실성이 없어요. 무의미하죠”라며 시의 지원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보였다. 더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지만 주변의 상인들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냐며 인터뷰를 막았다.

 
성남시와 상인회는 6개월이 넘게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개고기에 대한 인식과 도축 관련 위생문제로 시당국은 정비 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상인들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업종변경이나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에 겁이 난다. 그렇기에 양측 모두가 만족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도축 현장에서의 악취와 잔인한 행위들은 사라져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상인들에 대한 배려 역시 고려해야 한다. 모란시장이 새 모습을 갖추는 과정에서의 고통이 최소화되길 바랄뿐이다.


글.사진_ 이재윤 기자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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