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과 문홍철 교수와의 인터뷰

화학공학과 문홍철 교수는 임용된 지 2년도 채 되지않아 화학공학과 학생들로만 이뤄진 연구팀을 지도해 ACS지에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학부생들로만 이뤄진 연구팀으로서는 쉽지 않은 성과다. 연구팀을 지도한 문 교수를 만나봤다.

어떤 연구를 진행했나
이온젤을 사용해 여러 가지 색이 구현될 수 있는 소자를 만들었다. 기존 연구의 한계점은 한 셀 당 하나의 색만 구현된다는 것이었다. 한 셀에서도 여러 가지 색이 나오는 게 좋지 않겠나. 이를 위해 빨간 계열을 나타낼 수 있는 물질하고 파란색 계열의 색을 나타낼 수 있는 물질 두 개를 섞었다.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해당분야는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 활용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전압에 따라 색이 변하는 전기변색소자는 이미 많이 쓰인다. 운전할 때 뒤차가 헤드라이트를 비추면 눈이 부셔 위험하다. 이때 눈부심을 막기 위해서 룸밀러가 어두워진다. 또 전기 변색이 가능한 유리로 창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스마트 윈도우라고 부른다. 스마트윈도우는 스위치 눌러서 유리의 색을 조절해 실내의 햇빛량을 조정할 수 있다.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량을 줄일 수 있어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쓸 수도 있다.

연구결과가 디스플레이에 활용될 수 있다고 들었다
이미 TV는 곡면으로 나온다. 핸드폰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게 나올려고 한다. 이러한 구부릴 수 있는 소자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소자를 만들 때 액체를 쓰면 액체를 새지 않게 가두는 게 쉽지 않다. 액체는 새는 게 문제다. 나중에 디스플레이를 입게 되면 몸을 움직일 때 늘어나기도 하는데 이때도 액체가 새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럼 고체를 사용해야 하나
고체는 형태를 유지하기에는 좋은데 이온들의 움직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용할 때 제약이 많다. 젤은 액체와 고체의 중간 성질을 가진다. 고체처럼 완전히 딱딱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또 물처럼 완전히 흐물흐물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젤리처럼 유동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온젤을 사용했다.

상용화 하기에 적합할까
우리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이온젤 디스플레이는 전력량이 낮다. 기존 OLED는 아무리 낮아도 2볼트, 3볼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데 우리 것은 1볼트, 2불트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 이온젤 디스플레이는 용액공정으로 만들어 대면적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소자구조도 간단해서 사용이 쉽고 제작이 수월하다.

학부생 연구팀이라 주목 받았다
우리대학에 오고나서 지금까지 2년이 지나지 않았다. 이번 논문이 의미가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외부사람 없이 우리대학 학부생들과 진행했다는 점이다. 논문을 낸 저널이 재료분야 저널 중에서 상위 10%에 드는 SCI 저널이다. 대학원생들도 이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기 힘든데 학부생들이 논문을 게재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의 학부생이 연구를 했다는 기사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대학원생 주도의 연구에 학부생 한 명을 끼워 연구한 거다.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근데 이번 연구는 학생 4명 전부 다 화학공학과 학생부들이라는 점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학부생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내가 고분자를 연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분자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몇몇 찾아왔다. 빈 공간만 있던 실험실인데 학생들이 와서 연구하겠다니까 먼저 논문 공부를 시켰다. 이후 학생들과 같이 기기를 설치도 하고 사용법도 익혔다. 실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성실하게 잘 따라와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화학과가 없는 학교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근데 우리학교에는 자연과학대학에 화학과가 없다. 연구 분야가 화학에 많이 관련이 있다 보니까 화학과가 있었다면 화학과에 가서 분석장비를 같이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실험 분석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학부 때부터 박사과정 때까지 공부를 한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실험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학생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 하는 편이다. 교수가 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학생들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는다. 03학번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수님하면 나이도 있으시니 어려운 존재로 생각하기 쉽다. 내가 학생 때 그랬던 게 조금 아쉬워서 내 학생들한테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서로 장난도 치게 됐다. 생일 때마다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서 그 기억을 남기려고 내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연구실에서의 연구 외에도 학생들과의 시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진.정리_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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