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에 자신이 특정 학과의 학생회 일원이라며 학생회비로 참치회를 먹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 제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러한 글의 내용은 많은 학생들의 의심과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SNS상에서는 학생회비가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일반학생이 알기 힘들다는 점과, 학생회가 복리후생비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학생회비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등이 비판 여론으로 등장했다. 이에 학생자치기구들은 임시대의원회를 소집해 부정적 여론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점과 논란이 된 쟁점들을 짚어봤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전체 36개 학부·과를 대상으로 학생회비 금액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중 학생회를 통해 정확한 학생회비 금액이 파악된 곳은 18곳뿐이다. 나머지 학부·과 학생회에서는 학생회비 금액 공개를 거부했다. 학생회비 금액은 학부·과 별로 상이했다. 금액이 가장 낮은 곳은 경제학과로 4년 기준 15만원이며, 가장 높은 곳은 음악학과로 31만원이다. 음악학과 학생회 김동휘 회장은 “음악학과의 특성상 연주회와 공연 등 행사가 1년에 10회 넘게 진행된다”며 “행사에 들어가는 고정비가 많기 때문에 음악학과의 학생회비가 타 학부·과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회비가 낮은 축에 속하는 학과라 하더라도 1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여론도 있다. 현재 우리대학의 모든 학부·과 학생회는 4년 치 학생회비를 한꺼번에 납부 받는다. 이에 각 학부·과 학생회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4년 치 금액을 한꺼번에 받아왔고, 매년 비슷한 예산으로 학과별 행사를 계획하기 때문에 4년 치 학생회비를 납부 받지 않으면 기존과 같은 질의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1회에 납부하는 학생회비가 4년 치라면 자퇴·편입 등으로 인해 과 생활을 더 이상 못하는 학생에게는 학생회비를 환불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각 학부·과의 학칙은 해당 학생회가 개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학칙에는 환불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기도, 없기도 하다. 컴퓨터과학부의 경우 학칙에 ‘입학일 또는 당해 학기 개시일 전에는 입학금을 포함한 납입금 전액을 반환한다’ 등 환불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있다. 반면 경제학과의 경우 학칙에 환불에 대한 규정이 없다. 경제학과 학생회 최주호 회장은 “환불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지만 환불에 관한 규정이 없어 사비로 해결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학생회 복리후생 비용은 어떨까. ‘참치회’ 게시물이 화제가 되고 난 후 SNS상에는 ‘왜 학생들이 낸 돈으로 학생회가 밥을 먹냐’는 다소 극단적인 발언까지도 등장했다. 감사위원회에서 정한 학생회 복리후생 비율의 상한선은 15%다. 학생회비 총금액의 15%를 초과하지 않으면 복리후생 목적 안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복리후생비가 학생회 회식이나 간식 등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대 학생회 박우준 회장은 “회식뿐만 아니라 행사 단체복 등으로도 복리후생비를 사용하는데 이는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교통공학과 학생회 김우정 회장은 “학생회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들이는 수고를 생각했을 때 어느 정도의 보상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비율에 대해서는 학우들 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각 학부·과 학생회는 학생회비 장부 내역을 해당 학과의 학생을 대상으로 개강총회나 학과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엑셀파일로 정리된 장부 내역을 게시하고 영수증 등의 증빙자료는 따로 정리해 보관했다가 요청이 있다면 공개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대학 구성원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장부 내역을 공개하는 학부·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일 열린 임시대의원회의에서 논의된 학생회비 장부 내역 온라인 공개에 대해서는 각 학부·과 학생회의 입장도 갈린다. 경제학과 학생회 최주호 회장은 “내역을 공개했을 때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면 보완하고 다른 학과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우고, 이렇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환경공학부 학생회 김정달 회장은 “(장부 내역을 전체에 공개하는 것은) 보여주기식일뿐이다. 학과 내에서 자정작용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강 총회에서 증빙자료 없이 장부 내역만 공개하는 것은 ‘감사’의 역할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 일반 학생이 학생회 측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의심스러우니 해명을 해달라’고 직접적으로 문의하거나 장부와 증빙자료를 대조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임시대의원회의에서 ‘학부·과 학생회비 운영에 관한 기준안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던 이도형 감사위원장은 “학부·과 내의 자정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부담스러울 학우들을 위해 누구나 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부·과는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감사위의 감사 대상은 총학생회와 학생복지위원회, 동아리연합회, 졸업준비위원회, 그리고 단과대 학생회다. 개별 학부·과 학생회를 감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과 학생회 임원 또는 학생 7인 이상의 감사 요청이 있어야만 한다. 감사위원장은 “학생이 납부하는 예산으로 운영되는 학생자치기구를 감사하기 때문에 학부·과 역시 예외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감사위 회칙상 학부·과를 감사하기 위해서는 특별 요청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수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장부 공개가 해당 학부·과 학생만을 대상으로 소극적으로 이뤄질 뿐만 아니라 감사 역시 받지 않다 보니 학생회비 부정사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로 부적절한 학생회비 사용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당시 경영대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횡령하고 통장사본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회뿐만 아니라 경영대 소속 학회 및 소모임도 공금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 역시 추가로 밝혀졌다. 지난 2일 열린 임시대의원회의에서 새터 당시 국제관계학과 학생회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홍주성 씨는 새터 때 과 학생회비로 주류를 구입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감사위원회에서는 새터 때 학생회비로 주류를 구입하지 말 것을 공고한 바 있다.

이에 투명한 학생회비 사용을 위해 감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위원장은 “학부·과에 대한 적극적인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오는 여름에 있을 전체일꾼수련회 등에서 회칙개정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감사위가 비록 견제기구이기는 하나 궁극적인 목적은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부·과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감사위를 적으로만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감사에 대한 각 학부·과 학생회들의 입장은 어떨까. 기계공학과 학생회 장동언 회장은 “회계장부 내역과 실제 증빙자료를 비교하는 등의 감사는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화학공학과 학생회 이창대 회장 역시 “감사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