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선공약으로 전 국민 안식년제(이하 안식년제)를 내세웠습니다. 안식년제는 2~3년 동안의 임금동결을 전제로 한 직장에서 10년 일했을 경우 1년의 유급휴가를 제공해주는 제도입니다. 안 후보는 안식년제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일자리 증가 △고용 확대에 따른 내수시장 활성화 등 경제적 파급력 △성장 중심주의 사회에서 삶의 질과 가정을 중시하는 사회로 전환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안식년제 도입의 전제조건은 노동계·기업·정부 간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2~3년간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는 것입니다. 임금동결로 확보된 재원을 신규채용 확대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쓰는 것이 안식년제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안식년제 도입에 관한 구체적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노사정 대타협에서 정부의 입장은 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가 담당해 대변해왔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안 후보는 “노사정위가 실질적인 노사 대타협의 기구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형태로 재구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노사정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입니다. 소속 위원회를 직속 위원회로 바꾼다고 해서 어떤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행법상 주어진 유급휴가도 사용하지 못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에 1년 동안의 유급휴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작년 정규직 근로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은 74.3%에 달했으나, 노동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유급휴가 수혜율은 31.4%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기업이 타협을 해줄지는 의문입니다. 노동자 측에서도 대타협에 쉽게 동의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임금만 동결되고 휴가가 주어지지 않거나 휴가 중 퇴직 권고가 주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휴직시에 피해를 입지 않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함”이라고만 답할 뿐, 노동자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줄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안 후보는 안식년제를 설명하며 다음의 예시를 들었습니다.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인 정규직 1000명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매년 3.5% 인상되던 임금을 2년 동결하면 42억원이 확보된다. 42억원 중 25억원을 연봉 2500만원의 직원 100명(전체 노동자의 10%)을 신규채용하는 데 쓰고 나머지 17억원을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예시에 몇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우선 10년간 일한 경력직원의 업무를 신입사원으로 대체 가능할지 의문이 생깁니다. 또한 신입사원 채용을 늘릴지도, 남은 재원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힘쓸지도 미지수입니다.

안식년제가 실시되더라도 고용이 안정된 일부 노동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모든 노동자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5,6년에 불과합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은 수준입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8년에 불과하며 평균 근속년수가 10년 이상인 장기근속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20%에도 못 미칩니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80%가량이 안식년제의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안식년제는 지친 국민에게 휴식을 주자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노동시장 자체를 흔드는 비정규직 문제, 법정근로시간 준수 등을 위한 공약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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