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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톡톡: <컨택트>
김준수 기자  |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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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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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톡톡> 세 번째 시간, 이번에 이야기할 작품으로 지난 2월에 개봉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를 선정했다. 최근에 개봉한 작품이기도 하고 영화를 보며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에서 ‘영화의 이해’를 강의했던 이주연 교수와 기자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김준수 기자(이하 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루이스 뱅크스’이다. 전 세계적으로 12개의 외계 우주선인 ‘셸’이 나타남에 따라 미국정부는 외계인 대응 팀을 꾸린다는 내용이다. 루이스는 언어학자로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물리학자 ‘이안 도널리’와 함께 외계인과 대화에 나선다. 외계인은 인간과 전혀 다른 언어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루이스와 이안은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이 과연 외계어 번역에 성공하여 외계인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 밝혀낼 수 있을까. 먼저 영화에 대한 첫 느낌이 궁금하다.
이주연 교수(이하 이): 이런 SF 영화로 또 한번 뒷통수를 얻어맞았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가 많이 떠올랐다. 그 작품이 떠오르면서 감독이 SF영화에 새로운 접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주선의 디자인도 우리가 알고 있던 옛날 원형접시 모습이 아니니까 시각적으로도 충격적이었고 사운드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김: 맞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나 또한 그랬고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이 그랬을 것 같다. 사실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는 굉장히 많은데 보통 재난 영화 쪽으로 많이 다룬다. <인디펜던스 데이>나 <월드 인베이젼>과 같은 작품들은 지구를 침공하여 도시를 부수고 인간들을 죽이는 쪽으로 외계인을 소비하는데 <컨택트>는 그렇지 않다. 외계인과의 소통이 중요한 영화다. 갈등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인간과 인간의 갈등일 뿐이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침공이나 재난의 원인으로 가져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지와의 조우>와 1997년에 개봉한 <콘택트>가 생각났다.
이: 맞다. 개인적으로 감독의 전작인 <시카리오>를 보고 상당히 놀라웠고 좋았다. 이 감독이 영화를 잘 가지고 놀고 영화를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목할만한 감독인 것 같다.

   
▲ <컨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준수 기자(좌)와 이주연 교수(우)
김: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컨택트>의 감독은 드니 빌뇌브다.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감독은 <시카리오>로 맨 처음 접했다. 영화 자체가 파워풀해서 러닝타임 내내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좋은 영화여서 <컨택트>와 함께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빌뇌브 감독은 <프리즈너스>와 <에너미>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고 모두 좋은 작품이었다. <시카리오>나 <컨택트> 외에 다른 작품을 본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안타깝게도 없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꼭 보라며 적극 추천했던 <그을린 사랑>을 꼭 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웃음)

김: 이 감독이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블레이드 러너 2049>이다. 현재 촬영이 끝났고 후반 작업인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 있다고 한다. 전작이 워낙 훌륭한 영화였고 팬층도 두터운 영화라 기대와 걱정이 섞여있긴 하지만 감독이 작품들을 워낙 잘 다루었기에 기대가 더 크긴 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일단 기대는 된다. 감독이 실망시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워낙 원작이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담을 조금 털어내면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소설이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소설도 좋다. 영화와는 다르게 책은 보다 과학적이고 학문적이다.
이: 작가가 과학 쪽 전공자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소설이 과학적 지식에 있어 깊이가 있다. 영화에서는 각색의 문제이긴 한데 취사선택을 잘한 것 같다. 소설 속 이야기는 루이스와 이안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영화는 루이스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리고 어렵게 느껴질 법한 소설 속 내용은 영화에서 다 제외됐다. 그러다보니 플롯 구조 자체가 정리가 잘된 면이 있다.

김: 맞다. 소설 속에는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 ‘인과론적 세계관과 목적론적 세계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영화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가 보다 더 대중적이고 친절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조금 어려웠다는 관객 의견도 있다.」
이: 그런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영화이긴 한 것 같다. 주인공들이 언어학자와 물리학자 아닌가. 그러다 보니 외계인과 소통하고 연구하는 데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 부분에 짓눌리면 어느 정도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 중간에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장면도 있고 후반부에는 모든 궁금증이 풀리도록 돼있다. 이런 점에서 친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김: 이제 영화 속 장면들을 살펴보며 이야기하자.

   
 
1. 첫 장면과 플롯의 연결고리

김: 드니 빌뇌브의 많은 작품들은 첫 장면이 참 좋다. <프리즈너스>는 서늘한 느낌을 줬고 <그을린 사랑>은 강렬했다. <컨택트>는 굉장히 의미심장한데 특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첫 장면을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영화는 루이스의 긴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루이스가 자신의 어린 딸인 한나를 병으로 잃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딸을 키우며 행복한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어서 평범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도대체 이 인물이 외계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증도 생겼다.
김: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스토리가 어떤 사건을 시간적 순서로 말해주는 것이라면 플롯은 사건들이 어떻게 배열되는지를 의미한다. <컨택트>의 스토리는 언어학자인 루이스가 물리학자인 이안과 함께 외계인과 소통을 하고 일을 마무리 지은 후 이안과 결혼하여 딸을 낳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루이스가 딸을 잃는 것으로 시작하고 중간중간에 딸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은 딸과의 이야기를 회상인 ‘플래시백’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미래의 일인 ‘플래시 포워드’였던 거다. 일종의 반전인 것이고 매력적인 플롯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맞다. 영화의 첫 장면은 가장 먼 미래고 엔딩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미래인 것이다. 이러한 반전은 그렇게 급작스럽지 않았다. 외계인을 만나는 과정 중간중간에 딸과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화면의 톤이 다르다. 가령 첫 장면과 엔딩 장면은 차가운 그레이와 블루톤이 깔려 있지 않은가. 그리고 딸과의 이야기는 세피아톤으로 연출했다. 미장센을 통해 시제를 디테일하게 연출한 거다. 독특한 플롯과 디테일한 미장센은 반전에 설득력을 생기게 한다.

   
 
2. 영화의 구도는 주제를 말한다

김: 루이스가 외계인과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중요한 장면으로 꼽았다. 이유가 궁금하다.
이: 외계인과의 첫 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구도 때문이다. 우주선도 우리가 알고 있는 원형 접시 같은 수평적 우주선이 아니라 수직적 우주선이다.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우주선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구도도 수직적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의 대표적인 구도는 수직적 구도다. 그 구도를 쓰는 이유는 사실상 이 영화가 소통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수직적 구도는 거리감이 잘 표현된다. 긴 통로를 지나야지만 소통할 수 있는 장소에 다다를 수 있다. 소통을 머나먼 여정처럼 표현하고 그것을 수직적 구도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거다. 이렇듯 소통이 안 되거나 단절된 인간들을 표현할 때 긴 복도를 많이 쓰곤 한다.
김: 이 영화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언어 결정론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 속 외계인의 언어체계는 비선형적이다. 처음과 끝이 없고 읽는 방향도 없다. 또한 시간에 독립적이다. 루이스는 외계인의 언어를 배워 외계인처럼 사고하게 되면서 미래도 볼 수 있게 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 역시 미래에서 찾는다. 시간대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시간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상하에 대한 감각은 시간에 대한 감각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 쓰인 수직적 구도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인물과 대사에 숨겨진 정보

이: 외계인 대응 팀의 웨버 대령이 자신이 아닌 다른 언어학자를 팀원으로 뽑으려 하자 루이스는 산스크리트어로 전쟁이라는 단어의 번역어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한다. 그 언어학자는 ‘논쟁’이라고 말하고 루이스는 ‘소를 위한 열망’이라 해석한다. 그 둘은 완전히 다르다. 언어는 어떤 주관을 가진 주체인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된다. 소통에 있어서 대화 상대의 상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복선으로 보여주는 거다. 영화 후반부에 외계인이 말한 무기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의견 차이가 생긴다. 루이스는 도구나 다른 의미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말 그대로 무기로 받아들여서 전쟁 태세로 돌입하게 된다. 언어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초반부터 복선을 깔아두고 차근차근 보여주는 것이다.
김: 영화에서 무기는 총으로 묘사된다. 언론은 대규모 침공을 당할 수 있다며 무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루이스가 자신의 딸인 한나와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때의 총은 루이스에게 있어 위협적인 도구가 아닌 딸과 중요한 시간을 보내는 도구임을 의미한다. 무기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루이스가 언어학자라는 것, 언어학자가 외계인과 소통을 한다는 것 등을 보면 언어와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맞물려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4. 친절한 영화라는 장점

김: 외계인 대응 팀의 대원 몇 명이 우주선에 폭탄을 설치하여 터뜨리는 바람에 외계인과 인간의 소통이 단절되게 된다. 그로 인해 루이스 혼자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루이스가 외계인과 독대하는 장면을 중요한 장면으로 뽑았다.
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장면인 것 같았다. 궁금증으로 남았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플롯에서의 반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외계인들이 온 목적도 설명해준다. 외계인들이 말한 무기의 진정한 의미도 여기서 등장한다.
김: 심지어 영화 중간에는 이안의 내레이션으로 복잡한 과학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는 장면도 있다.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어떤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외계인들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등 관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설명해준다. 중간 점검식의 장면은 이전까지 길었던 쇼트의 길이가 짧아지고 사용하는 배경음악의 분위기도 달라져 영화 구조에서 리듬감을 형성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5. 이야기와 제목의 관계는 무엇일까

김: 외계인이 지구에 온 이유, 인간과 외계인의 충돌 등 외계인과 인간 사이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관객에게 남는 궁금증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루이스의 선택일 것이다. <컨택트>의 주된 이야기가 외계인과의 소통이라면 그 아래에 깔린 이야기는 루이스의 운명과 선택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루이스는 자신이 본 미래를 바꾸지 않고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남편과의 이혼, 사랑하는 딸의 죽음 등 아픈 순간을 그대로 짊어지고 갈 것을 선택하는 거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루이스의 선택이 주는 숭고한 감동이 밀려온다. 덧붙여서 영화제목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의 원제는 <Arrival>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컨택트>로 개봉했다.
이: 원제목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제목이 <컨택트>로 정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관계자에게 “이건 아니다”라고 하면서 차라리 <도착>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영화에 소통이라는 큰 주제가 있다는 점에서 <컨택트>도 괜찮은 제목인 것 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원제가 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왜냐하면 도착이라는 뜻을 가진 원제가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한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루이스가 자신의 운명을 바꾸지 않고 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그 도착은 딸이 루이스에게 다시 올 것이라는 점에서의 도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리_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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