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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편집권을 찾아서
최진렬 기자  |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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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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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공식 언론인 대학신문은 전 주간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합니다.’ 『대학신문』은 지난달 13일 전 주간교수가 지면을 특정 방향으로 편집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로 호외 1면을 백지로 냈다. 이후 교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사칙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자 기자단은 논의 끝에 지난 3일 발행을 재개했다.

학기가 시작된 지 채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보사 탄압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지난 2월 19일 열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입학식에서 학생처와 학생회는 『서울과기대신문』 2000부를 강제로 수거했다. 해당 신문에공과대학, 건설시스템공학과, 컴퓨터공학과 학생회의 학생회비 횡령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다. 청주대학교 신문 『청대신문』에는 지난달 20일 청주대 김윤배 전 총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청주대 직원들은 이를 문제 삼아 지난달 23일 신문을 회수했다. 결국 『청대신문』은 지난 3일 발행되는 신문 1면을 백지로 제작했다.

대학신문 탄압은 주로 편집권을 침해하거나 배포 중지, 강제회수 등 정상 발행을 방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편집권은 신문 등의 편집 방침과 표현 내용을 결정하는 권리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며 ‘신문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는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해야 한다. 기성지에서의 편집권 침해는 광고를 통한 기업의 압박으로 발생한다. 신문사의 주 수입원은 기업의 광고비다. 기업은 자사에 불리한 기사가 실릴 경우 광고를 빼는 방식으로 압박을 넣는다. 광고 압박은 신문사가 정상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반면 대학신문의 경우 신문사 운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영향력이 적어서 편집권 침해가 발생한다. 『서울과기대신문』 김선웅 편집국장은 “대학신문은 구조적으로 탄압받기 쉬운 상태다”며 “대학신문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간교수와 간사의 인사권은 대학본부 측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정권 때 학칙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위헌적인 학칙 때문에 검열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사립대의 경우 예전 군사정권 학칙이 남아있어 대학 내 출판이나 표현을 대학에 허락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이 말한 군사정권 학칙은 학도호국단 학칙이다. 박정희 정권은 유신 당시 유신철폐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고자 학생자치 훈련 단체인 학도호국단을 만들었다. 학도호국단은 1985년 폐지됐지만 학도호국단 학칙 내용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독소조항으로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01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198개 대학의 80.3%인 159개 대학에서 게시물과 광고 등을 배부하거나 부착하기 전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92.4%인 183개 대학에서 간행물 간행 시 교수의 지도를 받거나 배포 전에 학장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러한 흐름은 학보사 또한 비껴가지 않았다. 대학언론협동조합 정상석 이사장은 “전국의 142개 대학에 사전검열을 명시해놓은 학칙이 있다. 옛날부터 있던 걸 바꾸지 못했다. 이 학칙 때문에 학교에서도 별로 문제의식 없이 검열을 한다”고 말했다. 군사정권 당시에는 이러한 학칙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군사정권이 물러난 후 상황이 변했다.

학보사의 주된 비판 대상이 정부에서 대학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군사정권 당시 대학은 학보사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것을 묵인하며 도와줬다. 대학의 묵인으로 인해 학보사는 제약 없이 기사를 낼 수 있었다. 김 연구원은 “근래 들어 학보의 보도 내용이 정권 비판보다 학내 문제에 집중됐다. 대학 평가나 대학발전 논리가 횡행하면서 대학 당국이 편집국이나 기자들에게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보사가 편집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학내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칙이 개선돼야 한다. 서울과기대신문 김선웅 편집국장은 “학교가 먼저 대학신문을 홍보의 도구가 아닌 독립적인 언론으로 인식하고 학칙을 통해 이를 보장해줘야 한다. 백지발행을 통해 관심을 일깨울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칙 변경은 대학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으로 인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2012년 1월 20일까지 법령에 위반되는 학칙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 대학 자율 보장을 이유로 해당 조항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평소에는 학칙이 사문화돼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대학 측이 들고 나온다. 법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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