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배받는 지배자』의 저자 김종영 교수
교수가 되기 위해서 서울대 학사는 기본이고 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않으면 힘든 사회가 됐다. 학벌주의가 대학입시를 넘어 교수 사회까지 침범했다. 현재 경희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종영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지배받는 지배자』 말미에 ‘학문은 더럽다’며 ‘민주적 이념을 가진 학문의 세계가 가장 불평등한 세계’라고 썼다. 김 교수를 만나 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나라 내에서 특히 서울대에 집중되는 학벌주의 현상이 왜, 언제부터 나타났는가
역사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예전부터 있었을거다. 학연·지연·혈연을 통한, 어떻게 보면 전근대적인 인간관계 맺기다. 자기 그룹의 이익을 위해 배제하는 배제의 정치다. 사실 서울대나 연세대나 고려대나 실력은 비슷하다. 미국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미국 대학은 서로 학문적 지식을 교환하는 반면, 우리는 학문적 폐쇄가 강해 지식 교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기세력을 키우기 위해 독점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서연고를 가야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폐쇄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하다. 사회 엘리트 계층일수록 학벌에 목매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헌법재판관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한국에는 이중의 학벌 폐쇄가 있다. 서연고 위주의 학사학위 취득 여부와 미국 박사학위 취득 여부다. 국제적 위계와 지역적 위계가 동시에 작용하는데 이 구조가 너무 강고하다. 대학이 과거보다 많아졌고 학력 인플레이션과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엘리트 대학의 가치가 상승했다.

교수 임용과정에서 미국 대학과 한국 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교수 임용과정을 살펴보자. 한국 대학의 교수 임용과정은 미국 대학에 비해 절차가 간소하고 평가가 얕은 경향이 있다. 타인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논문이나 책을 읽어봐야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인터뷰한 교수들을 보면 임용 평가 과정에서 그의 논문을 읽기보다 영어논문의 양에 집중했다. 이는 실력 평가의 지표는 되겠지만 그를 제대로 평가한다고는 볼 수 없다. 평가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보면 미국 대학은 보통 2박 3일에서 3박 4일에 걸쳐 교수 임용이 이루어지는 반면 한국 대학은 최종 면접도 길면 30분 정도로 끝이 난다.
 미국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사람을 평가한다. 지원 학과의 교수진과 학생들이 참여하여 후보의 연구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한다. 이는 지원자에게 있어서도 학과의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국은 ‘심도’가 상대적으로 얕다. 학과의 규모가 작아 지원자를 깊이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적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벌의 교수를 뽑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문제가 굉장히 많다. 우선 국내 대학원이 원래의 목적을 잃을 수 있다. 국내 대학원을 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미국 대학을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학문은 개방적으로, 탈 경제적으로, 창조적으로 배워야 한다.
동종교배의 문제점도 있다. 우선 연구생산성이 떨어진다. 순혈주의를 따르면 선후배 간의 연줄 때문에 서로에 대한 비판의식이 떨어진다. 학문적 생산성이 우수한 사람이 인정받아야 하는데 연공서열로 인정을 받는다. 즉 공부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선배가 인정을 받는 경향이 있다. 또 학문적 네트워크가 작아지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학문 문화를 저해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같은 출신과 같은 분야의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다룰 수 있는 학문적 내용과 네트워크가 작아진다. 따라서 학문자본의 양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문제의 해결책으로 자대 교수를 일정수 이상 필수로 채용하도록 하는 자대 교수 쿼터제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번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내 대학과 국내 학문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쿼터제를 두는 방안에 찬성이다. 그런데 쿼터제를 두더라도 자대 교수를 임용하는 것보단 다른 대학에 지원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대를 나왔다면 A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에 지원하는 쪽으로 말이다. 그래야 사회적 폐쇄도 막을 수 있고 경쟁도 된다. 역차별과 같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이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따로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나
한국 대학은 상향 평준화와 다원 체제가 되어야 한다. 독점체제를 깨기 위해서 대학평준화를 목표로 하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가 해결책으로 나와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학벌체제가 다 깨지진 않는다. 이런 문제가 꼭 학벌주의 때문만은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은 우리보다 학문 자본의 양과 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걸 상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안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고 여러 대학이 평등하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다원 체제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정리_ 성은솔 수습기자 819qns@uos.ac.kr
사진_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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