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은 2012년과 2015년에 우리대학에 특정 대학 출신의 교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도한 바 있다. 올해에도 그 실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대학 학과 홈페이지를 참고해 전임교수들의 출신대학을 조사했다. 학과 홈페이지에 교수들의 출신대학이 기재되지 않은 수학과·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전원과 토목공학과 교수 3명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총 353명의 전임교수를 대상으로 특정 대학 편중 사례를 살펴봤다.

우리대학 교수들이 학사학위를 가장 많이 취득한 대학은 서울대였다. 그 인원은 174명으로 총인원 대비 약 49%의 비율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많은 학교는 연세대와 우리대학이었다. 총 36명의 교수가 연세대와 우리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약 10%의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 고려대, 한양대 순으로 많이 차지했다.

단과대 별로 살펴보면 특정 대학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문대였다. 인문대 소속 40명의 전임교수 중 서울대에서 학사를 취득한 사람은 30명으로 75%의 비중을 차지했다. 학부·과별로 살펴보면 국어국문학과의 경우 전임교수 모두 서울대에서 학사를 취득했다. 철학과와 국사학과의 경우 단 한 명의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대 출신이어서 88%의 비율을 차지했다. 자과대의 경우에도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수학과를 제외한 4개의 학부·과 교수 39명 중 서울대 출신은 28명으로 약 72%를 차지했다. 통계학과는 75%, 물리학과는 약 79%, 생명과학과는 90%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도과대에서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았던 곳은 도시사회학과로 9명의 교수 중 8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교육공무원 임용령(이하 임용령) 제4조의 31항에는 ‘특정 대학의 학사학위 소지자가 모집단위별 채용인원의 3분의 2를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교원 쿼터제’라고도 불리는 이 조항은 경쟁적인 학문 연구의 풍토를 조성하고 다양한 출신의 교수를 채용하여 학문의 동종교배를 막기 위해 1999년에 마련됐다. 당시 교원 쿼터제 조항 신설로 인해 ‘내 제자 심기’식 교수 채용 관행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2015년에 우리대학이 특정대학 출신을 몰아 뽑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서울시의회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쿼터제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인한 교무처장은 “전공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임용령에 따르면 ‘신규채용된 대학교원이 해당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였다하더라도 그 학사학위 전공분야가 그 대학에 채용되어 교육·연구할 전공분야와 다른 경우에는 그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 계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기 때문이다. 임용령과 교무처장의 설명을 바탕으로 임용령 위반이 의심되는 학과 중 하나인 국어국문과를 살펴보면 문제가 없다. 국어국문학과 교수 9명은 서로 다른 3개의 학과, 국어국문학과·국어교육과·언어학과 출신으로 구성됐다. 그중 교육·연구할 전공분야가 다른 국어교육과와 언어학과 출신인 4명은 서울대 출신으로 보지 않는다. 교무처장은 도시사회학과를 예시로 든 후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며 “만일 3분의 2를 넘게 되면 학교에서 뽑을 수 없다”고 했다.

임용령을 어기진 않았지만 다양한 대학 출신의 채용으로 학문의 동종교배를 막겠다는 취지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은 ‘광주소재 국립대 교수의 출신학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출신 교수 임용 비율이 39.1%로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지배받는 지배자』를 통해 ‘한국 대학은 몇몇 대학에 명성과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학벌체제로 인한 폐쇄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구조에서는 다양한 연구를 하기 어렵다. ‘한국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부’라 불렸던 姑 김수행 교수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2007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떠나면 서울대 경제학부의 구도가 32대1에서 33대0이 되는 셈인데, 이건 심각한 문제다.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경제학도 있고, 폐해를 지적하는 경제학도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김종영 교수는 학문적 동종교배의 문제점에 대해 “같은 출신의 같은 분야의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다룰 수 있는 학문적 내용과 네트워크가 작아진다”며 “학문 자본의 양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폐단은 후속 학문 세대에 그대로 전해진다. 다양한 내용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대학 교수들은 주로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과 홈페이지에서 박사 학력을 찾을 수 없었던 국제관계학과 교수 1명,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31명을 제외한 364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51명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중에서 약 52%인 188명의 교수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뒤이어 한국이 117명, 유럽이 25명 순으로 많았다. 교수들이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 역시 우리대학만의 모습이 아니다. 이은혜 씨는 자신의 교육학석사학위 논문인 ‘대학교원의 박사학위 취득 대학과 임용 대학 간의 구조적 관계 분석’에서 국내의 상위권 대학이 주로 해외 50위권 대학 박사출신을 임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해외 박사학위의 집중, 특히 미국 박사학위의 집중 또한 학문 다양성 저해의 원인이 된다. 김종영 교수는 “특정 나라 출신이 헤게모니를 쥠으로써 학문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학문 자본 확장 가능성이 줄고 외국 학문과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는 학문적 식민지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 씨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내 대학이 경쟁력 있는 후속 학문 세대를 양성하고 해외 학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대학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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