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TV 대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동성애에 반대하냐는 다른 후보자의 물음에 문 후보는 “반대하지요.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토론이 진행되며 동성애 찬반 입장에 대한 질문이 재차 들어오자 문 후보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차별은 반대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 후보의 발언을 듣고 ‘분노’한 입장에서, 그의 말에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합법화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동성혼은 불가능했지, 불법이었던 적이 없다. 따라서 동성혼에 있어 합법화라는 단어보다는 새롭게 관련법을 제정하는 법제화라는 단어가 더욱 적절하다. 또한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똑같이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차별일까. 혹자는 이성애자들도 결혼을 하지 않는 추세인데 동성혼까지 허락해야 하냐고 묻지만, 주어진 선택지를 거부하는 것과 거부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은 다르다.

둘째로,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은 누군가가 반대하거나 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은 성 소수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애초에 문 후보에게 질문을 던진 어떤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수준 낮은 논의가 오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문 후보는 토론회 이틀 후인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자신은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며 자신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은 군대 내의 동성애 허용에 관한 문제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군대 내의 동성애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모순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성 소수자들은 언제까지 존재를 부정당해야 하나. 더욱이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자였던 문 후보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던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성적 지향뿐인 동료시민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 사회를 함께 바꾸려 노력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당연한 자세가 아닐까. 2017년에도 성 소수자들이 더 이상 ‘이등 시민’이 아닌, 온전하고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이 돼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슬플 따름이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새로운 대통령은, 성 소수자들의 인권보장에 대해 ‘왜?’라는 의문조차 가지지 않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김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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