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문화시시콜콜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까칠한 시선>
정리_ 서지원 수습기자  |  sjw_101@uos.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5.1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지난 3월, EBS에서 국내 최초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가 방영을 시작했다. <까칠남녀> 제작진은 젠더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과연 <까칠남녀>가 젠더 토크를 여는데 성공했는지 서지원 기자와 김수빈 기자가 함께 얘기를 나눠봤다.

<까칠남녀>, 좀 더 까칠해졌으면
서지원(이하 서): 한마디로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젠더 문제가 점점 공론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방송 매체에서는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까칠남녀>는 당당하게 젠더 문제를 다룬다. 여러 출연진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서 논의가 너무 무겁게 이어지지 않았다. 여러 민감한 주제들을 가볍게 살펴볼 수 있다는 토크쇼의 형식 덕분에 방송이 큰 빛을 발한 것 같다.
김수빈(이하 김): 젠더 문제를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공론화했다는 점에서는 큰 의의가 있지만 논의 내용이 너무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까칠남녀>는 피임이나 ‘김치녀’ 논란 등 민감한 젠더 문제를 40여 분의 한정된 방송시간 안에 담아낸다. 깊게 논의돼야 할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방송이 산만해진 것 같다. <까칠남녀>의 이름처럼 좀 더 ‘까칠’하게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었으면 좋겠다.
서: 나도 <까칠남녀>를 보면서 츨연진들의 선정과 프로그램의 진행이 여성 편향적일 수 있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남녀 츨연진이 3명씩 등장해 성비가 맞기는 하지만 츨연진들의 젠더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중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방송에 출연하는 학문적 권위자 그리고 작가들은 모두 여성이지만 남성 츨연진들은 모두 젠더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때문에 남성과 여성, 양측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 젠더 문제는 서로 다른 특질을 가진 존재 사이의 문제이다. 따라서 서로의 입장에서 의견을 나누어보고 조율을 해나가야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대화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김: 하지만 젠더 문제의 해결이 여성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오랜 시간 동안 억압을 받아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출발선은 달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남성이 여성의 입장을 잘 모르고 이해하려 크게 노력하지도 않는다. 여성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 같다.

오히려 반응이 까칠하다
서: 다른 시청자들은 <까칠남녀>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EBS의 시청자 게시판에서 다양한 의견을 살펴볼 수 있었고 개중에는 건전한 비평도 많았다. 연출을 지적했던 비평이 기억에 남는다. <까칠남녀>에는 남성 츨연진이 여성의 상황을 재현할 때 리본이나 긴 머리를 합성하는 등의 연출이 나온다. 이것이 정형화된 여성상을 함의하고 나아가 퀴어혐오적인 편집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젠더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연출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김: 하지만 예상대로 건전한 비평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까칠남녀>가 젠더 문제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극단적으로 반응하는듯한 의견들도 많았다. 한 남성 츨연진이 여성의 입장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알랑방귀를 뀐다는 등의 인신공격을 남발하는 반응들도 있었다. 방송 안에서 다루어진 내용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민감한 방송 주제 자체만을 가지고 반대 성별을 폄훼하는 글도 많았다. 흔히 말하는 ‘여혐러’와 ‘남혐러’의 모습이다. 이런 반응이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지는 않겠지만 소수라도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남녀 편가르기 문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왜 까칠해졌을까
서: 많은 사회 문제들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여성을 이해하려는 남성 츨연진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비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는 다른 성별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문화가 생겨버린 것 같다. 이런 ‘극단적으로 다른 성별을 미워하는 문화’의 밑바닥에도 남성과 여성의 대립을 넘어 인간끼리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많은 이들을 무한 경쟁의 늪에 빠뜨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렸다. 서로가 경쟁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자신의 약점이 되고, 그 결과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집단에 소속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젠더 문제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려 같은 성별의 사람들끼리 쉽게 뭉치도록 만드는 응결핵이 된다. 젠더 문제가 단순히 사회적 본능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김: 신선한 지적인 것 같다. 하지만 젠더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사람들 간의 불신과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젠더 문제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이 돼버린다. 하지만 현대 이전에도 성차별이나 여성 대상화 등의 여성혐오 현상이 존재했던 것을 생각하면 젠더 문제에는 다른 차원의 문제도 엮여있지 않을까. 여성혐오 현상이 잘못됨을 인지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없다면 젠더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여성혐오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서로에 대한 불신을 모두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정리_ 서지원 수습기자 sjw_101@uos.ac.kr

 

<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점점 희미해지는 ‘청량리 588’의 불빛
2
아청법, 다운로드만 받아도 처벌?
3
“서울시립대에 꼭 가고 싶어요”
4
인물동정
5
우리가 몰랐던 길거리 환전소
사진기사 
총학생회 주관 몰래카메라 불시 순찰

총학생회 주관 몰래카메라 불시 순찰

제53대 총학생회 ‘톡톡’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우리대학 건...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30-743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163 미디어관 3층 대학신문사  |  전화 : 02-6490-2494  |  FAX : 02-6490-2492
Copyright © 2013 서울시립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