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2017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13일 군인권센터는 ‘육군 중앙수사단은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고 2·3월에 걸쳐 전국 곳곳에서 동성애자 군인을 잡아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색출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초 현역병사 1명이 간부 1명과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을 SNS에 게시하며 사건이 시작됐다. 이에 육군에서 해당 사안을 수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로 동성애자를 색출한 뒤 함정수사를 했다.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동성애자를 표적으로 삼아 수사를 한 것이다. 해당 사안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여러 왜곡된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건은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며 피해자 중 성관계를 가진 사람은 상호 지휘계통에 있지 않았고 부대 내 공공시설이 아닌 장소에서 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군인권센터는 수사과정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표적수사 △게이 데이팅 앱을 이용한 함정수사 △압수수색 영장의 불법 집행 △방어권 행사 방해 △피해자 회유 및 협박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군대에서 동성애자들에게 차별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군대 내 규정 곳곳에 군의 차별적 시선이 담겨있다. 동성애자의 인권침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국방부 장관은 2011년 국방부 훈령 제 1369호를 개정해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신상 비밀의 보장 △아웃팅의 제한 △차별 금지 △교육 및 상담 강화 등을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같은 훈령을 통해 군이 어떠한 경로로든 특정 군인이 동성애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동성애자 군인의 의사와 관련 없이 그를 관심사병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군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이다. 관심사병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혀지는 ‘아웃팅’이 발생할 수 있다. 이후 동성애자 차별은 동성애자가 입대할 때에도 나타났다. 지난 2012년에 시행된 국방부 훈령 제757호에서는 징병신체검사 등의 평가기준 중 ‘인격장애 및 행태장애’의 하나로 ‘습관 및 충동장애와 성주체성 장애’와 ‘성적 선호 장애’를 규정했다.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본 것이다.

여러 차별적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에 대한 가장 차별적인 법 조항은 단연 군형법 제92조 6항이다. 군형법 제92조 6항에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동성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분하는 유일한 법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동성애를 차별하는 목적으로 하는 서구의 ‘소도미법’을 옮겨온 것이다. 군형법 제92조 6항은 강제성 여부와 장소에 상관없이 동성 간에 성관계를 가지기만 하면 처벌할 것으로 규정돼 있다. 해당 조항에 대한 비판은 국내외적으로 있었다. 지난해 11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해당 조항의 폐지를 권고했다. 합의한 동성 간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이유에서다.

“동성애가 안보를 위협한다”

국내에서도 군사법원 등이 해당 조항이 위헌임을 지적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2001년과 2008년, 2012년의 세 번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있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세 번의 재판 모두에서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제92조 6항이 동성애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인권의 제한 정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의 공익보다 작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적절하다고 판결했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동성애는 전투력 등의 조직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판단에서다.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는 “이러한 판단은 기본적으로는 헌법재판소가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했다. 결정문을 보면 동성 간의 성행위를 ‘혐오’적이라고 하고 ‘부도덕’하게 판단하고 있다. 군대 내 성 소수자가 성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큰 사람이라고 바라보고 있다”며 “‘동성애는 부도덕하고 비정상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의 모태인 소도미법이 서구사회에서 위헌이라는 이유로 폐지된 지 오래라는 점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동성애가 군의 전투력을 떨어트린다는 비판은 과거에 해외에서도 있었다. 이는 동성애 반대자들의 주된 논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식이 서서히 변했다. 미국 해군과 국방성 산하의 국방안보연구교육센터에서는 동성애가 이성애보다 국가안보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변해가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 정책도 점차 폐지됐다.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클린턴 정부에서 추진한 DADT(Don’t ask, Don’t tell)정책이 있다. 본래 DADT정책은 동성애자들의 군 복무를 허용하기 위해 수립됐다. 정책 수립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동성애자가 군대에서 배제됐다. 클린턴 정부는 DADT정책으로 상대방이 동성애자인지 묻지 못하게 해 차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은 군 복무 중인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힐 경우에 면직되도록 했다. 동성애자를 위한 정책이었지만 본질적으로 동성애자를 군에서 배제한다는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DADT정책이 동성애자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DADT법안의 폐지를 이끌어냈다. DADT정책을 폐지하면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군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된다”며 “단지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애국적인 미국 시민들의 재능과 기량을 우리 군이 더 이상 박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군 내에서의 동성애자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군형법 제92조 6항의 폐지가 급선무다. 한 변호사는 “동성애를 범죄화하고 있지 않았다면 성 소수자 군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방식의 수사는 없었을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이 조항의 폐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인권침해가 없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이미 경찰청 차원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직무규칙이 있다. 이러한 직무규칙에는 성 소수자 인권보장을 위한 내용도 있다. 군대에서의 수사와 관련해 이러한 법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_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삽화_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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