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민의식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라는 질문에 ‘항상 발전 중이다’가 답안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교육받고 생각하고 토론하며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소수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고서 말이다. 그러나 발전 중이기 위해선 조건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이 합리적이고 정의롭다는 것 말이다.

지난 3월 대의원회의에서는 학생회비 장부 공개 안건에 대한 논의 중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장은 “신입생의 문의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수학과 학생회장은 “감시를 받는 느낌이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학생회비 성명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학생회비 장부에 관한 기사가 보도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 대나무숲(이하 대나무숲)에 제보가 올라온 이후 관련한 논의는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과 대나무숲 그리고 과방과 강의실에서 이뤄졌다.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보며 모두가 좀 더 나은 시민의식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우리대학 학생들은 과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구성원일까. 우리의 시민의식은 발전 중인가. 전체 학생총회 보고안건이었던 ‘학내 부조리 척결을 위한 결의문’은 대의원회의에서 먼저 논의됐다. 논의 당시 참석한 대의원 46명 중 24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22인이 어떤 연유로 찬성하지 않았는가는 알 수 없지만 회의록에는 놀라운 발언이 실렸다. “(결의문이) 효력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각 학·부과 회장 입장에서는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라고 도시공학과 회장은 말했다. 축제 주점 등 새내기 위주로 운영되는 행사가 부조리로 비칠 수 있음을 우려하며 나온 발언이다.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만 생각했지 부조리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누군가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사회복지학과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주점참여를 물으면서 불참 항목은 선택지에 없었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를 탄 사람을 위해서 경사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부조리에 대항하기 힘든 누군가를 위해 목소리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소수자가 우리 사회 속에서 소수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성원이 가져야 하는 의식이다. 특히나 학부·과 회장처럼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구성원이 겪을 수 있는 부조리에 더더욱 민감해져야 하지 않을까.


이재윤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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