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도 높아지고, 습도도 올라가니 슬슬 그 녀석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윙윙 소리를 내며 잠을 방해하고 쪽쪽 피를 빨아간다. 그 정도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그 녀석이 물고 간 자리는 빨갛게 부어올라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의 주범. 바로 모기다.

마츠오 바쇼, 요사 부손에 이은 일본 근대 하이쿠 3부작의 마지막은 ‘고바야시 잇사’다. 고바야시 잇사의 시에서는 해학과 풍자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에 치중했던 시풍을 해학의 시풍으로 바꾸어 놓은 시인이다. 해학은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부정적인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물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해석해야 한다. 

모기에 물리면 먼저 기분이 나빠진다. 생각 없이 긁다가 피도 난다. 그러나 고바야시 잇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노년기의 잇사에게 있어 모기에 물리는 일은 축하할 일이다.  모기는 그에게 있어 올해 여름도 살아있다는 증거다. 모기는 죽은 생물의 피는 빨지 않는 까탈스러운 생물이다. 만약 그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사람이었다면 모기는 물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은 언제나 맞이하는 여름이지만 내일조차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감사한 순간이다.

잇사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유산 분쟁에 휘말려 제대로 살림을 꾸린 것은 51살 때였고 머지않아 3남1녀의 자식들을 모두 잃었다. 곧이어 아내도 병으로 죽게 되었고 집은 큰 화재로 타 없어졌다. 이러한 비극의 사이에서 잇사는 이 시를 지었다.

무더위, 땀냄새, 축축함 그리고 모기까지…. 여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자. 삶의 원동력은 주어진 환경이 아닌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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