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페미니즘과 연결될 수 있다고 하면 의아함이 먼저 들지 모른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환경주의는 실제로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학문 연구를 ‘에코페미니즘’이라고 한다. 『채식주의를 넘어서』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채식주의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자 한다.

▲ 양고기구이가 올려진 식탁에서 양의 슬픔에 공감하는 리사 심슨
『채식주의를 넘어서』는 페미니스트가 채식주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억압적 구조가 동물 윤리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 이성애와 성소수자를 넘어서 평등 담론은 인간과 동물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육식과 여성에 대한 성 상품화는 억압적이라는 부분에서 동일하다. 남성은 여성을 수동적으로 규정하고 여성을 향한 폭력을 묵인한다. 이와 비슷하게 인간에게 있어 동물의 아픔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인간은 동물을 무분별하게 도축한다. 억압 주체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피억압 대상을 상품화 한다. 『채식주의를 넘어서』의 저자 고미송 박사는 “페미니즘은 ‘편리한 만큼 평등을 주장하는’ 남성들의 논리에 문제 제기를 한다. 이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페미니스트는 동물과 인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채식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성적 윤리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감성적인 공감을 가지는 보살핌의 윤리도 함께 나타나야 동물권 담론은 더욱 성숙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에는 에코페미니즘이 잘 나타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페미니스트이며 환경운동가이자 불교신자인 ‘리사 심슨’이다. 리사가 양농장에서 귀여운 양을 보고 집에 돌아온 그날 아이러니하게도 양고기구이가 식탁에 오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동물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리사는 채식주의 선언을 한다. 그리고 학교에 채식주의 식단을 요구하고 동물 실험을 반대한다. 페미니스트로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억압적 관계를 포착한 그는 에코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주의자에 대한 고민과 인식이 더욱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채식주의자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지만 채식주의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단지 육식을 좋아하는 주인공 ‘도깨비(공유 분)’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저승사자에게 채식주의자 콘셉트를 부여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채식주의자는 점점 늘어나 100만명 시대에 돌입했다. 채식주의에 대한 고민이 성숙해진 사회 속에서 리사 심슨과 같은 다양한 채식주의자 캐릭터가 나타날 그날을 기대해본다.


국승인 기자 qkznlqjffp4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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