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사회사회
“문재인 후보의 당선은 선거사의 기록”[인터뷰]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
김도윤 기자  |  mellow7491@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5.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이번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며 정치 논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기숙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조 교수는 미국정당의 선거 전략에 관한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최근 정당 재편성을 기반으로 한 선거를 연구한 바 있다. 정당 재편성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의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편집자주-

 
   
▲ 이화여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며 정치 논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기숙 교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의 경쟁자로서 아쉽게 패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렸던 사람이 문재인 후보였을 것이다. 대통령의 부재 상황에서 북핵 문제, 경제 위기, 사드 배치 문제 등 각종 현안이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지난 4년간 대통령 준비를 해온 문재인 후보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또한 문재인 지지자들의 힘도 컸다. 경선 과정에서 각종 네거티브로부터 문재인 후보를 지켜준 건 노사모보다 몇 배 많고 준비된 문재인 지지자들이었다.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큰 힘이 됐다. 물론 후보의 훌륭한 인품과 진정성도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나
개인적으로 모든 공약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때에는 후보자의 자질이나 인성 같은 것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에 대한 비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불평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재인 후보의 당선은 선거사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문재인 후보는 국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공약을 제시했다. 각 연령대별로 그리고 서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약도 많았다.

하지만 노년층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젊었을 때 가졌던 특별한 경험에 의해 태도가 한 번 형성되면 나이가 들어서는 그것을 바꾸는 것이 어렵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투표행위다. 20, 30대의 정당지지 성향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평생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즉 젊은 시절에 가난과 전쟁을 경험한 60대 이상의 세대는 북한과의 대화나 관계개선 자체에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남한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북한군의 남침을 불러왔다고 믿거나 빨갱이는 괴물이라는 반공교육을 온몸으로 받아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60세가 되어 투표하던 정당을 바꾸게 되면 마치 평생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어르신들의 투표행위를 비난하거나 설득하려하기보다는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울산과 부산을 제외한 TK, PK 지역에서는 왜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는가
지역주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나 지역개발에 있어서의 호남 차별과 호남 소외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직선제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성취한 이후에 지역차별이 정치의 주요 균열로 등장했다. 서구 선진국에서도 지역갈등이 있는 나라가 많다. TK 지역 유권자는 해당 지역 출신 대통령들을 지지하다보니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을 지지하게 되었다. 어느새 그 정당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갖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지지정당을 바꾸는 일은 자신의 일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심상정 등 다른 개혁적인 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를 향한 청년층의 지지도는 매우 높았다
심상정 후보의 목표는 선명하고 공약은 시원했다. 하지만 심상정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다양한 요인이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심 후보의 공약은 현재 우리 상황에서는 지킬 수 없는 이상적인 공약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선 가능한 후보에게 투표했을 수도 있고, 정의당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거부감으로 젊은 유권자들은 수평적이고 소탈한 문재인 후보에게 더 호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고 본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결정할 때에는 매우 복잡한 방정식이 작동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당, 공약, 후보의 자질 등을 이성적이고, 감성적으로 평가한 총합이 투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는 그간의 만행에도 TK, PK 지역과 노년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안철수 후보의 기대 이하의 역량 때문이라고 본다. 합리적 보수의 대안으로서 안 후보를 고려해봤으나 역시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어쩔 수 없이 홍준표 후보를 찍었을 것이다. 이들이 반드시 적극적 지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은 20, 30대에 지지하던 정당과 일체감을 느껴 이를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기에 하루아침에 투표행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위와의 표차가 역대 최대였다
그동안 우리가 일방적인 보수의 나라에 살았던 이유는 북한과의 분단, 그리고 보수세력의 유능함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능한 보수의 상징이었던 박정희 신화마저 무너뜨렸다. 보수세력이 와해된 가운데 선거를 치른 결과였다고 본다. 거기에 촛불집회의 영향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성공하면서 시민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 포퓰리즘, 흑색선전, 언론의 왜곡 오보가 거의 통하지 않아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문재인 팬덤 문화가 나타났다는 비판도 있다
팬덤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팬덤이란 무비판적이고 무개념한 사람들이 특정인을 무조건 좋아하는 걸 의미하는 부정적인 늬앙스가 들어 있다. 문재인 지지자 중 극소수는 팬덤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지자들은 팬덤이라기보다 정보를 합리적으로 취합해서 결론을 내린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비판적 시민이라고 부른다. 박사모와 문재인 지지자의 가장 큰 차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있다. 박사모는 박근혜를 공주처럼 떠받드는 게 목적이지만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문재인은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다음 지선과 총선에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이 어떻게 작용될까
2018년 지방선거는 대통령 취임 후 1년만에 치러지는 선거라서 전망적 투표가 될 것이다. 즉,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후보를 큰 잡음 없이 선출하기만 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생각에 공천 경쟁이 과열될 경우 국민들은 금세 심판 모드로 돌아설 수 있다.
2020년 총선은 대통령 취임 3년 후 치러지는 선거라 회고적 선거가 될 것이다. 심판을 받을지 상을 받을지는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얼마나 합심해서 국민의 지지를 이어가느냐에 달려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리한 공천파동이 일어난다면 심판을 받겠지만, 여당이 간절히 합심한다면 뜻밖에 과반수 의석 확보도 가능하다고 본다. 보수진영은 타이타닉과 같아서 한 번 무너지기도 어렵지만 일단 무너지면 수습도 어렵기에 탄핵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 이번 대선에서 했던 것만큼만 간절하게 행동하면 좋은 성적도 가능하다고 본다.


정리_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도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점점 희미해지는 ‘청량리 588’의 불빛
2
아청법, 다운로드만 받아도 처벌?
3
“서울시립대에 꼭 가고 싶어요”
4
인물동정
5
우리가 몰랐던 길거리 환전소
사진기사 
총학생회 주관 몰래카메라 불시 순찰

총학생회 주관 몰래카메라 불시 순찰

제53대 총학생회 ‘톡톡’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우리대학 건...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30-743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163 미디어관 3층 대학신문사  |  전화 : 02-6490-2494  |  FAX : 02-6490-2492
Copyright © 2013 서울시립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