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야 저녁 먹고 같이 놀래?’ 놀고 싶지만 내일은 시험날. ‘미안 시간이 안돼’라고 보내려다 멈칫. 내가 놀기 싫어한다고 생각할까? ‘미안 내일 시험이라 시간이 안돼’라고 수정하다 다시 멈칫. 친구가 시험 핑계를 대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미안ㅠㅠ 내일 시험쳐ㅠㅠ.’ 좋다. 이거다. 친구와 놀지 못하는 아쉬움과 내일이 시험이라는 슬픔을 ‘ㅠㅠ’가 적절히 나타낸다. 문자로 나의 감정을 전달해주는 이것. 이모티콘은 어디서 왔을까.   

이모티콘(Emoticon)은 Emotion과 Icon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문자와 기호의 형태로 감정을 나타내는 시각적 형상을 의미한다. 이모티콘의 역사는 짧다. 불과 30년 전인 1980년대 스코트 펠만 교수가 텍스트를 활용해 웃는 얼굴의 형상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 시초다. 초기의 이모티콘은 주로 웃는 얼굴의 형상을 나타냈기 때문에 스마일리나 스마일리 심볼로 불렸다. 오늘날 우리들이 이모티콘이라고 부르며 주로 쓰는 스마일 형상의 그림은 이모지다. 텍스트로 이뤄진 이모티콘과 달리 이모지는 그림파일이다. 1999년 일본에서 개발된 이모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사람들은 점차 둘을 구별하지 않고 이모티콘이라 부르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 옥스퍼드 사전에서 201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이모지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짧은 시간만에 사람들의 의사소통과정 곳곳에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60억개의 이모지가 사용된다고 추정한다. 온라인 환경에서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빛을 발한다. 초기에는 웃음과 슬픔 등 감정을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했지만 점차 이모티콘과 이모지가 다양해지면서 총·우산·구름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모티콘과 이모지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둘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글이 허전해보이기까지 하다. 급기야 옥스퍼드 사전 측은 2015년 올해의 단어로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선정했다.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이모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이다.

이모티콘을 문자로 볼 수 있을까. 전통적인 언어학에서는 소리를 담은 기호를 문자로 정의한다. 해당 기호를 보고 누구나 똑같은 소리로 바꿀 수 있으면 문자이고 사람마다 음성으로 옮기는 게 달라지는 기호는 문자가 아니다. 예를 들어 커피 그림의 경우 누군가는 커피라고 읽지만 누군가는 카페라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문자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문자의 정의가 확장됐다. 모든 기호를 문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 측에서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올해의 문자로 선정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때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그림문자에 해당한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발전했지만 그림문자는 고대부터 사용됐다. 원시시대 사람들은 동굴에 짐승을 그리는 등의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했다. 이후 추상화가 점차 발전하면서 문자가 등장했다. 그림문자는 더욱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문자로 발달했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연규동 HK연구교수는 “문명이 발달하고 인지가 발달하면서 기록할 것이 점차 많아져 그림문자만 가지고는 정보를 처리할 수가 없게 됐다. 다양한 추상적인 개념이 필요하게 되면서 문자가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림문자는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도 쉽게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때문에 그림문자는 음성을 담은 문자를 보조하며 나란히 발전했다. 금연 표시나 화장실 표시 등의 기호들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그림문자에는 음성이 담기지 않아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다. 때문에 같은 그림이라도 사람들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소설 『어린 왕자』를 떠올려보자. 『어린 왕자』의 주인공이 어릴 적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를 보고 어른들은 멋진 모자라고 답한다. 이처럼 똑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사람들은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문자도 마찬가지다. 그림문자는 직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힘들다는 한계도 가진다. 

▲ 이모지로 나눈 대화입니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직관적이지만 정밀하지 않아

그림문자의 장단점은 이모티콘에도 나타난다. 하지만 이전까지 그림문자가 전통적인 문자를 보완하는 데 사용됐다면 이모티콘은 ‘그림문자의 재림’이라고까지 불리며 주류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의사소통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옥스퍼드 출판부의 캐스퍼 그래솔 사장은 “전통적인 알파벳글자는 급속하게 발화하는 21세기 의사소통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모지 같은 그림문자가 그 빈틈을 파고든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문자는 온라인 의사소통 환경에서 많은 어려움을 가진다. 온라인 플랫폼이 형성되면서 면대면보다 SNS 등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지리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리적 제약은 사라져도 언어의 장벽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의사소통은 면대면 의사소통에 비해 감정전달이 취약하다.

이때 이모티콘과 이모지의 특징인 직관적인 의미 전달은 온라인 환경에서 전통적인 문자가 가지는 제약을 줄인다. 이모티콘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 지역과 세대차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사용해 서로 마주하지 않고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온라인 의사소통 환경에 적합하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활용하면 쉽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도 빠르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웃음표시의 이모지를 누르기만 하면 ‘나는 기분이 좋다’라는 표현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수신자는 해당 이모지를 보면서 상대방의 기분이 좋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림문자인 이모티콘과 이모지의 특징인 직관적인 정보 전달이 온라인 의사소통 환경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이 힘들다는 그림문자의 한계는 여전하다. 연 교수는 “이모티콘만 가지고는 복잡한 말을 쓰기 어렵다. 또한 이모티콘으로는 세밀하고 정확한 전달을 할 수 없다. 이모티콘이 발달해서 다양한 이모티콘이 나타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현재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이 주는 편의성에만 몰입할 경우 의사소통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포괄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감정 전달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중앙대에서 미디어교육론을 강의하는 장유정 강사는 “이모티콘을 남발하다보면 실제로 매우 행복하지 않은데도 그렇게 표현될 수 있다”며 “이모티콘을 통해 면대면 의사소통이 가지는 물리적인 접근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만 정확한 감정 전달에는 한계가 있어 상대방과 소통을 하면서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미래의 의사소통 환경에 대비해 미디어교육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fufwlschl@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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