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기권표와 무효표가 36.26%나 나왔다는 사실은 민주적이라고 여겨졌던 기존의 시스템이 민의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 시민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사람이 투표라는 시스템의 한계로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존의 제도를 의심하기보다 투표를 포기한 사람들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부르며 공격했다. 현실을 무시하는 정치혐오자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비판 안에는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의사를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선택받지 못한 정치인들의 자기반성이 없다. 모든 책임은 시스템을 거부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개선을 위한 고민 대신 민주주의라고 적힌 몽둥이를 휘두르며 특정한 방법으로의 참여를 강요할 뿐이다.
최근 영어영문학과 학생회장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익명 내부고발로 학내가 뜨겁다. 해당 학생회는 민주적인 방식인 학생총회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답했다. 학생회장은 제보자에게 학생총회에서 만나자고 답변했고, 학생회장의 지인은 지성인이라면 학생총회에 참석해 직접 물어보라고 글을 남겼다. 도대체 무엇이 민주적인가. 그들의 손에는 민주주의라고 적힌 몽둥이가 들려 있을 뿐이다. “직접 가서 말해라”식의 목소리는 과거에도 있었다. 올해 초 학생회비 사용에 대한 의혹 제기에 학생총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익명으로만 비판하는 사람에게 답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학생회장이 있었다. 자신에게 직접 문의하면 다 가르쳐 줄 것이라 답한 학생회장들도 있었다. 특정한 방식으로의 참여만 인정하는 것은 과연 민주적인가. 약자가 정해진 길을 따라 걸어갈 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쓰인 몽둥이를 들고 서있는 상대방이 아닐까. 그것은 정말 민주적인가.
최진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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