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학사비리 혐의로 기소된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 등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들이 정유라의 부정입학을 도왔다는 이유에서다. 국민들은 정유라의 부정입학 과정에 정치권력이 개입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을 가졌다.

대학과 정치권의 결합은 비단 이번에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학 교수들의 정치권 참여는 두드러졌다. 대학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오늘날 많은 대학은 정치권력을 얻기 위해 정계에 참여한다. 정치권 또한 재원지원사업이나 총장 간선제 등의 방식으로 대학을 입맛대로 조정하는 데 열심이다. 대학교수는 정계에 진출하고 정치인들은 특임교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의 요직을 차지한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의 21세기형 상부상조에 폴리페서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폴리페서는 정치를 의미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프로페서(professor)가 합쳐진 신조어다. 결국 대학의 목소리는 공론장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달된다.

최근 이화여대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원과 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총장직선제를 시행했다. 투표율 반영비율 등에서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모든 대학 구성원이 총장 선거에 참여한  국내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화여대 사태는 정치적 개입으로 대학사회 전반이 파괴됐음에도 대학은 여전히 자정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대학은 충분히 건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대학과 정치권 사이에 건강한 상부상조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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