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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은 혐오표현, ‘으라차차’ 뒤집자
김수빈 기자  |  ksb9607@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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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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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말 한번 잘못 빌려 탔다가 병신 됐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가 자신의 딸을 두고 한 말이다. 한국으로 강제송환을 당하며 더 이상 도망을 갈 수도 변명을 할 수도 없이 검찰 조사와 대중들의 비판을 받아야하는 자신의 딸을 불쌍히 여겨 ‘병신’이라는 단어를 쓴 듯 보인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모자란’ 사람을 낮잡아 일컫는 이 단어는 대학생들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분위기에 맞지 않거나 어리바리한 행동을 한 친구에게 ‘병신샷’을 외치며 벌주를 권하는 모습은 술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 자신을 ‘병신’이라고 지칭했을 때 우리는 기분이 상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결코 긍정적인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병신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러나 병신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넘어 하나의 욕설이 됐다. 따라서 병신이라는 단어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희화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혐오표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혐오표현은 국적·인종·성별·성 정체성·종교 등을 기반으로 누군가의 정체성이나 속성을 폄하하고 증오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가 병신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장애인들을 증오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병신이라는 단어 속에 장애인들의 신체적·정신적 손상이라는 속성을 폄하하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혐오표현이 된다. 혐오표현의 사용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큰 악영향을 미친다.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의 저자 제러미 월드론은 혐오표현이 소수자를 배제시키고, 혐오감을 집단으로 확대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혐오표현의 타깃이 되기 쉬운 집단은 장애인들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다. 소수자를 억압하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사회적 권력이 약한 소수자들을 주류에서 배제시킨다. 이러한 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은 혐오표현이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개인을 넘어 집단으로 확대된다.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 소수자 역시 비하와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화장을 한다던가,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던가. 흔히 ‘여성적’ 특성이라고 규정되는 행동을 하는 남성에게 ‘여자 같다’ 혹은 ‘게이 같다’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러한 언어 속에는 여성혐오, 성 소수자 혐오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조차도 성 소수자 혐오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JTBC의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은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았다. 출연자들이 ‘너 게이야?’라는 말을 사용하며 서로를 희화화하고 놀리는 모습이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는 ‘여자 같다’ ‘게이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남성 출연자를 희화화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JTBC ‘아는 형님’ 장면 갈무리)
이러한 혐오표현들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더욱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의 해악과 법규제의 문제’ 보고서는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혐오표현이 사용되는 곳으로 ‘일간베스트’, ‘디씨인사이드’로 대표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의 SNS를 꼽으며 ‘커뮤니티를 통해 동질적인 사람들끼리 혐오를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더욱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끌리기 쉽다’고 전한다. 이어 ‘온라인의 확산성·다양한 플랫폼·익명성·초국가성 등의 특징 때문에 (혐오표현의) 해악이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며 규제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언어 사용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기 힘든 어린아이들은 미디어와 인터넷상의 혐오표현의 직격탄을 맞는다. 초등학교 디지털 교육서비스 ‘아이스크림’은 전국 8500여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생들이 비속어를 주로 접하는 경로를 조사했다. 설문에 따르면 53%의 초등학생이 학교와 학원에서 친구를 통해 비속어를 접한다고 답했으며 2위와 3위는 각각 인터넷·SNS와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접한 비속어를 초등학생들끼리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인터넷 사용이 확산되면서 어린아이들까지도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비속어와 혐오표현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될 우려가 있다.

혐오를 지양하는 세상으로

이에 혐오표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U집행위원회는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의 SNS 회사들과 ‘혐오표현 차단 협약’을 체결했다. 체결에 따라 SNS 회사들은 게시물 중 혐오표현이 담긴 글을 24시간 이내에 삭제하는 등의 규제를 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혐오표현을 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장애인 혐오표현 모니터링’을 통해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희화화하거나 비하하는 단어나 맥락 등이 사용되는지를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니터링의 대상은 TV 예능프로그램을 넘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포털사이트 게시판, 유튜브, 아프리카tv와 같은 1인 미디어까지 포함된다.

혐오표현을 지양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움직임도 있다. 바로 대학생들이 만든 비영리단체 ‘애칭정하기’의 아차샷 캠페인이다. 장애인을 지칭하는 잘못된 표현들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인 애칭정하기는 술자리에서 분위기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마시는 벌주인 ‘병신샷’이라는 장애인 비하 단어를 ‘아차샷’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한다. 강민석 캠페인 진행 대표자는 “술게임을 하던 중 병신샷이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낀 것이 (애칭정하기를 만든) 계기가 됐다. 병신이라는 단어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애칭정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강 대표에 따르면 많은 대학생들이 애칭정하기 페이스북 계정에 공감한다는 댓글을 달았고 서강대 등 여러 대학 총학생회에서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고 싶다며 문의했다고 한다.

   
▲ 애칭정하기의 아차샷 캠페인 스티커가 붙여진 맥주병들
지난 2016년은 장애인혐오와 여성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다른 해보다 특히 많았다. 2016년의 갑자 이름이 병신년(丙申年)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병신년이라는 단어를 농담 삼아 사용했다. 이에 SNS에서는 ‘병신년_소재_농담_NO_캠페인’이 벌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SNS 계정에 손글씨를 올리며 캠페인에 뜻을 함께했다.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 혐오 단어를 지양하자는 애칭정하기의 아차샷 캠페인이나 ‘병신년_소재_농담_NO_캠페인’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강 대표는 “대학생들이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자각해 장애인, 나아가 타인을 비하하는 표현들을 지양하며 누구도 표현에 의해 상처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부터 혐오표현의 사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를 지양해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_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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