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논란으로 빙상계가 시끌벅적합니다. 지난 4월 휠라의 유니폼 공급계약이 끝나자 빙상연맹은 ‘헌터’를 새 유니폼으로 선정했습니다. 휠라는 헌터유니폼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실제로 유니폼의 성능 차이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해 논란이 거세졌습니다. 선수들이 착용하는 장비가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경우를 ‘기술 도핑’이라고 합니다.

기술 도핑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폴리우레탄 전신수영복 사건이 있습니다. 폴리우레탄 재질로 만들어진 수영복은 부력을 높이고 물의 저항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보입니다. 폴리우레탄 전신수영복의 도입은 2009년 로마 수영선수권대회 당시 43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지는 결과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폴리우레탄 전신수영복은 기술 도핑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2010년에 착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또 다른 기술 도핑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나이키가 개발한 운동화입니다. 나이키는 운동화에 용수철 역할을 하는 바닥재를 넣었습니다. 이 바닥재는 선수의 도약력을 키워 인위적으로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경기 규칙 143조에는 ‘선수에게 불공평한 이점을 줄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한 신발을 제작해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첨단 운동화가 이러한 규칙에 어긋나는지 아닌지는 아직 논란 중에 있습니다. 운동화의 재질·규격 등에 대한 명문화된 세부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 도핑을 향한 두 가지 대립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훈련과 노력을 통해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 경기에서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시선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반론으로 과학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경기력 향상이라는 시선이 있습니다. 세바스찬 코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지난달 10일 한국을 방문할 때 “선수들의 부상과 피로도를 줄일 수 있어 기술 발전에 찬성한다”며 기술 도핑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것이 기술의 발전이고 기술 도핑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우리대학에서 ‘생활 속의 스포츠’를 강의하는 한승백 교수는 “도핑이란 원래 인위적으로 사람의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주어 경기력 향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력이나 근력 등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키는 훈련법을 통해 경기력을 높이는 것은 기술 도핑으로 볼 수 있으나 폴리우레탄 수영복 사례는 기술의 진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세바스찬 코 회장은 “기술의 발전은 찬성하나 그 기술이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공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장대높이뛰기와 같은 경우 원래는 대나무였던 장대가 유리섬유와 카본섬유로 바뀌게 되어 선수들의 기록 경신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대높이뛰기는 기술 도핑의 사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장대높이뛰기의 장대 같은 경우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이키 첨단 운동화를 신고 마라톤을 하면 내리막길을 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기술 도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술 도핑의 판단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약물 도핑의 경우, 약물중독으로 인해 선수들의 건강이 악화되자 약물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로 1968년 그레노블 올림픽과 멕시코 올림픽에 도핑검사가 도입됐습니다. 반면 기술 도핑은 최근에서야 폴리우레탄 수영복과 나이키의 첨단 운동화 사례가 급격한 기록 향상을 이끌어 논란이 됐습니다. 기술 도핑은 약물 도핑이 막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60년대에 머물러 있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가 스포츠에 어느 정도 개입해도 되는지 그 판단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스포츠에서 규칙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첨단 장비를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는 미래가 올지도 모릅니다.


글_ 오성묵 수습기자 sungmook123@uos.ac.kr
삽화_ 서지원 수습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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