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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식을 도대체 왜 먹는거야?체험기
김도윤 기자  |  mellow74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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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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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살이 쪘지?” 거울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학 동안 하는 일도 없이 먹고자고 먹고자고만 반복했던 내 얼굴에 어느새 살이 붙어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화장품 가게에서 식사 대용품을 파는 코너를 발견했다. 이거다! 물만 부어 먹으면, 뚜껑을 열고 쭉 짜먹기만 하면 식사가 끝나다니. 게다가 칼로리도 평소에 먹는 식사의 반 수준이란다. 살을 빼야하는 내게는 안성맞춤인 제품들이었다. 기왕 한 가지만 먹고 살아야할 거, 하나씩 사서 먹어보고 가장 맛있는 걸로 다이어트를 하자. 장바구니에 대체식들을 종류별로 골라 담았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 보따리를 풀었다. 내가 사온 제품은 총 세 개. 제조사는 모두 다르지만 분말에 물을 타먹는 형태로 똑같았다. 제품별로 맛을 본 뒤, 각 제조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느 제품이 내 삼시세끼를 책임지기에 적절할지 알아보았다.

고심 끝에 한 제품을 골랐다. 먹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타입도 아니거니와 입이 짧다고 핀잔을 자주 듣는 나로서는 대체식으로 일 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이건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이었다. 체험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일주일 정도 먹을 양을 샀다. 살도 뺄겸. 그러나 나는 눈치 채지 못했다. 앞으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일어나자마자 웰니스 센터에서 체중을 쟀다. 68kg. 내 키에 딱 맞는 몸무게지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 나는 현재의 몸무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은 없다. 나에게는 대체식이 있으니까. 한 병을 마시고 나니 생각보다 배가 매우 불렀다. 물론 물로만 배를 채웠으니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대체식을 먹은 지 2시간째가 되니 배부름이 사라져서 한 병을 더 먹기로 했다. 여전히 향과 맛은 좋다. 그리고 저녁 7시 반, 신문사 회의가 있었다. 이날 다른 동료 기자들은 회의 전에 맛있는 밥을 시켜 먹었지만 나는 그 옆에서 대체식 한 병으로 끼니를 때웠다. 솔직히 서러웠지만 날렵해질 내 턱 선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그리고 그날 회의에서 나는 매우 신경질 적인 행동을 보였다. 배고픔이 나를 잠식했기 때문일까?

   
 

일어나자마자 대체식을 먹을 생각에 머리가 띵했다. 일 년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초심은 하루만에 사라졌다. 그래도 살이 쪽 빠진 내 모습을 생각하며 대체식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공복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매일 하루에 두 끼만 먹던 사람이고 가끔은 한 끼만 먹어도 괜찮던 사람인데 이렇게 배고픔을 느낄 줄 꿈에도 몰랐다. 순간 탁자 위에 놓여있던 젤리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대체식 다이어트 2일차이던 나는 오기가 생겨 젤리에서 눈을 떼고 배고픔을 잊기 위해 그냥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하루에 적정 필요 에너지의 절반 수준밖에 섭취하지 못한 나의 배는 1분에 한 번꼴로 꼬르륵 대기 시작했다. 과장 없이 정말 1분에 한 번꼴이었다. 정상적인 배변활동은 불가능해졌다. 하루종일 액체만 섭취한 나는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솔직히 죽을 것 같았다. 신문사 동료 기자들에게도 ‘stay···’ 문자를 보내며 죽을 것 같다는 신호를 보냈다. 다이어트 결심을 하던 과거의 나를 말릴 수만 있다면·· 배고픔도, 꼬르륵거리는 배도, 모두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정상은 아니었다. 그순간 나에게 젤리가 보였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스스로의 싸움에서 패배했고 젤리 두 개를 먹었다.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깨지는 순간이었지만 참을 수 없는 생존 욕구와 본능에 휘둘리고 말았다. 점심 먹을 시간이 돼서 눈이 떠진 나는 또 한 번 젤리 앞에서 흔들렸지만 대체식만 먹고 꾹 참았다.
하지만 저녁 7시. “카톡” 카카오톡 알림을 대부분 꺼둔 상태인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교수님께서 배고프시다고 같이 밥 먹자고 카톡이 온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이여서 자주 같이 밥을 먹고 그 시간을 즐기던 나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교수님께 대체식만 먹고 있는 사정을 설명하며 저녁을 같이 못 먹겠다고 전했지만 나의 인내심은 더 이상 한계였다. 욕망에 이끌린 나는 집 밖을 뛰쳐나가 교수님 연구실로 비를 맞으며 뛰어갔다. 교수님께서는 맛있는 순대 국밥집이 있다며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사실 나는 뭐든 좋았다. 학관의 라면이라도 좋았다. 평소엔 교수님보다 밥 먹는 속도가 느렸지만 오늘은 허겁지겁 먹느라고 옷에 국물이 튀는 줄도 몰랐다. 먹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던 나는 생에 처음으로 먹는 것에서 행복을 느꼈다.

   
 

오늘은 얼마나 살이 빠졌나 점검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대체식을 먹고 학교 웰니스 센터에 들어갈 때 내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일주일 가까이 생고생을 했는데 3kg는 빠졌겠지?’ ‘아냐, 4kg이나 빠졌을 수도 있어.’
현실은 암담했다. 67kg. 1kg만 빠졌다. 사실 아침밥만 안 먹어도 빠지는 1kg이다. 나의 후두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충격을 받은 나는 하루 필요 탄수화물을 찾아봤다. 인슐린의 생산을 최대한 막고, 지방 연소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하루 50~100g의 탄수화물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대체식 한 병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의 양이 50g~60g이니 하루에 3병씩 챙겨먹어서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 그래도 대체식의 장점을 하나 찾았다. 한국 평균 한 끼 외식비는 6400원이다. 이에 비해 매우 저렴한 대체식 덕분에 나의 지갑은 두둑해지고 있었다. 대체식 때문에 신문사 회의 때마다 히스테리성 짜증을 부리던 나는 하루에 한 끼는 밥을 먹으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치킨을 시켰다. 입이 짧아 치킨을 두세 번은 나눠서 먹어야 다 먹는 나였지만 오늘은 1인1닭을 성공했다.

   
 

그래도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하지 않겠는가. 속이 울렁거리거나 배고픈 감은 있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끔 아침 대용으로 먹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매일은 안 된다. 신문사로 가기 전에 웰니스 센터에 들려서 내 체중을 쟀다. 68kg. 대체식를 먹기 전 그대로다. 사실상 대체식 다이어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일주일 동안 살은 1kg도 안 빠졌는데 못 먹기만 했다. 16개의 대체식, 두 끼의 식사. 이것이 내 일주일의 전부였는데 물거품이 됐다. 참담하다.

   
 


글·사진_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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