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위 진보정당으로 일컬어지는 정의당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첫째로 대선 후보로 완주한 것이다. 진보정당 계열로 봤을 때 이전 진보정당을 대표하던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의원이 18대 대선에서 완주를 포기한 것에 비해 대선 후보로서 완주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둘째로 당대표로 이정미 의원이 당선되며 당대표가 바뀐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한마디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중이다.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집권의 경험은커녕 아직 원내 교섭단체조차 한번 해보지 못한 걸음마 단계를 걷고 있는 중이다. 또한 지난 ‘안철수 현상’이나 4.13 총선에서의 국민의당의 등장에서 보듯이 정의당은 부르주아정치 지형에서 중도우파에게 정치적 영역을 뺏기는 처지로 몰렸는가 하면, 안으로는 계파, 정파 갈등·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인천연합과 손잡아 당대표가 된 심상정 전 대표와 그 뒤를 잇는 이정미 현 대표는 당 체제를 유지·보수화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의당은 부르주아 정당과 마찬가지로 당원을 중심에 놓는 일상적 정치활동이나 정치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고 선거 시기에만 대중을 동원하는 그와 같은 정치활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의 성장을 막고 있는 법적, 제도적 제약을 극복하고 바꾸기 위한 시도와 투쟁을 노동자계급에게 함께 벌여나갈 것을 호소하고 이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정의당은 이 측면에서도 별 다른 활동이나 투쟁을 벌인 바가 거의 없다. 결국 한국사회에서 정의당은 대중의 부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농담도 하고 술도 마시고 손도 잡고 그러다 서로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데 정의당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재무계획서와 신혼 방 설계도를 꺼내놓는다.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용어들을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결혼하자고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농담, 술 그리고 손을 건네주는 것이다. 이 체제로 간다면 정의당은 또 한 번 총선 및 지선 등에서 실패할 것이며 원내 교섭단체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정의당은 이념적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계파·정파라는 낡은 대립의 틀을 벗어나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자의 패러다임을 고집하지 않고 보다 급진적인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급진화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