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제59대 부국장 김수빈

6살 때 수영을 처음 배웠습니다. 키판을 붙잡고 어린이 풀에서 물장구를 치다가 어른 풀에 처음 발을 담갔던 날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아 이대로 빠져버리는 건 아닐까 아득한 기분. 그 뒤로 막막한 일이 닥치면 종종 그때의 장면과 기분이 재생됩니다.

수습기자와 정기자로 보낸 지난 1년 반을 떠올려보면 힘들었던 날이 가득합니다. 너무 바빴고, 밤을 새느라 피곤했고, 가끔은 지치기도 했고. 그래도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선배들과 동료 기자들 덕분이었습니다. 모르면 물을 수 있었고 내가 틀렸다면 지적해주겠지 믿었습니다. 며칠 동안 이어진 긴 마감 중에 누군가 무심코 던진 ‘화이팅’ 한마디에 정말로 힘이 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믿었던 선배들이 떠나고 내가 신문사를 이끌어나가야 하다니. 막막했습니다. 발끝에 아무것도 닿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오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취재를 하고 기사 얘기를 할 때 후배 기자들의 눈이 반짝반짝 합니다. 어떻게 신문사를 이끌어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좋은 기사, 좋은 신문은 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함께 만들어나가면 되는 겁니다.

저는 더 이상 얕은 어린이 풀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발이 닿지 않는 깊은 풀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덜컥 겁이 나면 붙잡을 누군가가 옆에 있으니까요. 함께 일하는 기자들이 제게 그런 존재들입니다. 가끔 저에게 붙잡혀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언제든지 붙잡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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