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PD들이 지난 8월 28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공영방송이 오랜 시간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메라 기자 전원을 대상으로 성향과 등급도 매겼다고 하는데, 가령 ‘X부류’는 ‘지난 파업의 주동계층으로 현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이라고 분류한 것이다. ‘MBC판 블랙리스트’가 아닐 수 없다. MBC 구성원으로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와중에 김장겸 사장은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니 총책임자로서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KBS 기자와 PD들 또한 파업과 제작 중단에 들어간다고 한다. MBC와 KBS가 동시에 총파업을 벌이게 된다면 2012년 이후로 5년 만에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사회 정의를 지키는 데 기여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질적인 역할은 결국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 없이는 그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질문은 언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언론은 그 무기를 잃어버렸다. 이제 그 무기를 되찾을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 질문할 수 있는 기자들의 권리,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기자들의 집념, 언론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권력자들의 태도들이 자리 잡혀야 한다. 국민들이 언론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또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영방송 정상화에 힘쓸 것을 강조했으니 그 토대를 마련할 적기라 할 수 있다. 자신들이 한 짓은 ‘불법’과 ‘폭압’인지 모른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물러나고 언론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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