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밤에 심심하고 그러지 않나요? 동네 주민들끼리 영화 한 편 보고 맥주 한 잔 하실 분. 편하게 연락주세요.’ 광장에 함께 영화를 볼 사람을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처음 보는 사람과 익숙하지도 않은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학교 근처 ‘미니 영화관’을 찾았다. 

▲ 영화 ‘최악의 하루’를 보고 있는 모습
늦은 저녁 8시 30분, 드문드문 비가 내렸던 터라 길에 물이 고여 있고 공기가 축축했다. 학교 후문에서 쭉 내려오면 보이는 ‘디오니스’라는 술집의 지하에 오늘의 목적지가 있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음악 소리가 커졌다.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공간의 풍경은 예상 밖이었다. 지하라서 무척 습할 것 같았는데, 에어컨과 가습기 덕분에 시원하고 쾌적했다. 지하를 개조해 스크린도 달고 소파와 탁자를 갖다 놓은 인테리어가 심플하면서도 그 공간을 만든 사람들의 특색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이상혁(건축 11) 씨는 “친구들을 불러 놀던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유입시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싶었다”며 이곳을 만든 의도를 밝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모였고 곧 지하가 꽉 찼다. 액자만 덩그러니 있던 테이블에 각자 사 온 팝콘, 과자, 술이 넘쳐났다. 오늘의 영화는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 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을 물어보니 이 씨는 “봤던 영화 중에 재밌었던 영화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짧게 자기소개를 한 뒤 조금은 어색한 대화를 나눴다. 송수빈(사복 15) 씨는 “후문에서 영화를 다 같이 본다고 해서 궁금했고 마침 평소 좋아하는 영화를 상영해서 오게 됐다”며 “생각보다 시설이 너무 좋다. 말 그대로 아지트 느낌이다”고 말했다.

▲ 영화가 끝난 후 사람들이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조용히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영화가 끝나자 사온 술을 마시며 함께 둘러앉아 영화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거나 가까운 친구들하고만 이야기를 나눴지,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건 처음이었다. 여러 사람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었고, 몰랐던 부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들을 수 있어 신선했다. 송 씨 또한 “지금까지 관심 있는 영화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얘기를 나눠본 경험은 없다. 이렇게 얘기를 나눠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고 내 생각도 정리돼서 좋았다”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다음에도 이러한 모임에 당연히 참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의외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도 낯선 이들과 영화를 보며 맥주 한 잔 해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_ 강현수 수습기자 hhhk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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