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중 유학생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강행 뒤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해온 중국 정부는 잇따른 보복 조치를 하기도 했다. 중국은 국방부와 경북 성주 골프장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롯데를 겨냥해 자국 내 50여곳의 롯데마트에 영업 중단 및 벌금형을 내렸다. 순탄하던 양국 관계가 순식간에 험악한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국에서 공부하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사드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 김명준 씨,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 당민정, 양청 씨와 얘기를 나눠봤다.

한국(중국)에 유학을 오게(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민정: 저는 학과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1년 동안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보내줘서 왔습니다.
김명준: 답사와 개인적인 여행으로 여러 번 중국에 와보니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배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보다 긴 시간 동안 중국인들이 있는 현장에서 중국 문화를 깊게 느껴보고 싶은 생각에 유학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양청: 4년 전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았고 한국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인생에 대한 생각까지도 많이 바뀌게 됐어요. 그래서 졸업한 후에 한국 대학원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겨서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한국의 사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명준: 사드 배치가 한국에 득보다는 해를 더 많이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고, 정치적으로는 입지가 더 좁아졌어요. 중국인들은 우리 생각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요.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확실하게 고려한 뒤 결정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방송에서 ‘중국은 보복 같은 것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던 전문가들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양청: 사드 배치가 한국의 국방안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실상은 미국의 국방전략 중 하나라고 봅니다. 한미 관계를 고려하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은 사드 때문에 중미 양국에게 압력을 받고 있는 피해자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 한국(중국) 생활에 변화가 있나요?
당민정: 한국 생활 당시에는 사드 배치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고, 어떤 불공평한 대우를 받은 적도 없었는데 중국으로 돌아가고 나니 사드의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됐어요. 중국의 애국주의자들이 시위를 하고 한국 물품 불매운동을 하는 것을 봤어요. 사드가 한국과의 교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기에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의 가치가 이전보다 떨어진 것이 느껴졌어요.
김명준: 제가 있는 서안에서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게 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이랑 무슨 상관이냐?’ 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실제로 학교에서도 갈등이 한창인 4월에 중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사드나 정치 관련해서는 질문을 하지마라’라고 교육을 실시하였고, 한국인 유학생에게는 ‘밤늦게 술집에 가지 말고 일찍 귀가하라’라는 말을 하는 등 유학생들이 생활하는 데 곤란함이 없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땅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 중국인들의 반응에도 차이가 있어요. 베이징이나 칭다오같이 정치적인 농도가 짙은 지역의 경우에는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또한 문화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었어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중국의 음악 어플 ‘qq音?’를 이용하는데, 예전에는 각 나라별 차트가 있었어요. j-pop, k-pop 등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k-pop 항목이 사라졌더라고요. 사실 이것이 유일하게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실감나게 한 부분이었어요.
양청: 저한테는 큰 영향이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중국에 있는 친구가 가끔씩 저한테 메시지로 한중 관계가 긴장 상태로 돌입했는데 한국 생활이 괜찮냐고 물어 볼 때가 있어요. 명동처럼 외국인이 많은 관광지에 가봤더니 중국 관광객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명동에서 알바를 하거나 취직한 친구가 사드 문제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된다고 했어요.

사드 문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돼서 취업에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되나요?
김명준: 걱정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하지만 이 걱정이 ‘취업이 힘들 수도 있겠다’하는 걱정이지 ‘아예 이 길이 아니구나’하는 걱정은 아니에요. 한국이 중국과 완전히 단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중국은 이웃나라이고 한국과는 경제·정치·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두 나라 간에 사이가 어떻든 중국에서 공부하는 사람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을 것 같아요.
양청: 어느 정도 걱정은 있지만 외재적인 환경에 대해 우려하는 것보다 일단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사드 문제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돼서 학업(유학) 유지에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되나요?
당민정: 저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가족들은 한국 유학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어요. 정치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남북 관계와 한중미 관계는 위태로워 보여요. 이런 식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다면 유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도 한국에서 공부 한 것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명준: 이 부분에 대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아요. 양국 간 갈등의 여파가 자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까지 학업을 못하게 할 정도로 직접적이게 미친다는 것은 이미 그 두 나라 간에 물적 교류와 인적 교류가 완전히 끝이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사드로 인한 갈등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그런 사태까지 벌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양청: 국가 관계가 악화돼서 장학금이 없을까봐 걱정됐어요. 하지만 원래 국가 관계가 자주 왔다갔다 해서 아직까지 큰 걱정은 아닙니다.


김도윤 기자 ehdbs782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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