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은 예로부터 문학작품에서 자주 다루는 흥미로운 소재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사용됐고 그에 얽힌 이야기 역시 많다.

셰익스피어는 독약 ‘마니아’였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살던 1600년대의 영국은 독약 연구가 활발하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독약을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 독약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작품은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의 삼촌인 클로디어스는 왕위를 빼앗기 위해 잠든 형의 귀에 독약을 부어 죽인다. 이 대목에서 ‘독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온몸에 퍼져 피를 굳게 하고 살을 썩게 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때 독약에 사용된 원료가 주목나무 씨앗이다.

1600년대의 영국은 마녀와 마술 등의 미신이 만연하기도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마녀의 풀로 여겨지던 ‘만드라고라’라는 독초가 등장한다. 인삼처럼 뿌리가 두껍고 여러 갈래로 나있어 사람의 형상을 닮았기 때문에 만드라고라를 뽑으면 사람처럼 비명을 지른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했다. 독성이 있어 수술용 마취제로 사용됐는데, 줄리엣이 죽은 척을 하기 위해 마신 약이 만드라고라로 만든 수면제였다.

▲ 줄리엣의 수면제 재료로 알려진 만드라고라

죄인은 사약을 들라

문학작품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역사에서도 독은 누군가를 죽이는 데에 자주 사용됐다. 사약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장희빈이 먹고 죽었다는 사약의 재료, 각시투구꽃에는 아코니틴이라는 식물독 성분이 들어있다. 몸속에 들어온 아코니틴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방해해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킨다. 소량을 섭취하게 되면 진정작용을 얻을 수 있어 한약의 재료로도 쓰이지만 과잉 섭취시에는 입술이 마비되거나, 경련, 혈압저하, 호흡곤란까지도 일으킨다. 아코니틴의 LD50은 0.3 mg/kg으로 LD50이 10mg/kg인 청산가리와 비교해도 매우 강한 독이다.

드라마에서는 사약을 마신 죄인이 곧바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사약을 마시자마자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입으로 들어간 독이 위장을 통해 온몸에 흡수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사약의 약발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사용됐다고 한다. 송시열은 사약을 마시기 전에 입천장에 상처를 냈다. 상처를 통해 독성분이 더 빨리 흡수되게 하기 위해서였다. 단종은 사약을 마신 후 뜨거운 온돌방에 들어가 누워있었다. 몸에 열이 오르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약의 흡수가 빨라지기 때문이었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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