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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어바웃 독
김수빈 기자  |  ksb9607@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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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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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 (2008)
‘살충제 계란’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08 마리’, ‘09 지현’, ‘11 시온’ 등 먹으면 안된다는 계란 목록이 떠돌았다.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계란이 살충제 계란은 아닌지 걱정한 사람들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목록을 확인하느라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살충제 계란, 얼마나 독할까?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피프로닐’이라는 독성 물질이다. 피프로닐은 가정용 바퀴벌레 살충제나,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의 진드기를 없애는 약에 주로 쓰인다. 피프로닐은 신경계를 교란해 신경과 근육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곤충을 죽인다. 인간과 포유류의 수용체보다는 곤충 수용체와 더욱 잘 반응하기 때문에 살충제에 적합하다. 그러나 피프로닐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은 아니다. 인체에 피프로닐이 들어가면 가볍게는 구토와 어지러움, 심할 경우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때문에 닭이나 소 등 식용 가축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있다.

피프로닐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살충제 계란을 한두 개 먹는다고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 살충제 계란 하나에 사람을 죽일 만큼의 독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의 독성은 반수치사량(이하 LD50)으로 나타낼 수 있다. 반수치사량이란 물질을 투여받은 실험동물의 50%가 죽는 때의 물질의 양을 말한다. 예를 들어 체중 1kg당 1g의 독을 실험동물 10마리에게 투여해서 그중 5마리가 죽는다면, 그 독의 LD50은 1g/kg이라고 할 수 있다. LD50 값이 클수록 독성이 약하고, 값이 작을수록 독성이 강하다. 피프로닐의 LD50은 97mg/kg이다. 몸무게가 60kg인 성인에게 피프로닐의 치사량은 97×60=5820(mg)이 된다. 지금까지 피프로닐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계란의 피프로닐 양은 1kg당 0.0763mg. 이론적으로 60kg인 성인이 치사량만큼의 피프로닐을 섭취하려면 계란을 7만 6000kg이나 먹어야한다.

독은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그렇다면 독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청산가리, 복어독, 전갈독 등의 위력은 어떨까? 청산가리의 LD50은 10mg/kg이다. 피프로닐 치사량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복어 내장에 있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은 위력이 청산가리의 1000배에 이른다. 인체에 들어와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해 근육을 마비시키는 테트로도톡신은 아주 미량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반면 전갈 꼬리에서 분비되는 펩티드라는 독은 테트로도톡신과 반대로 작용한다. 펩티드는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활성화시켜 신경이 흥분하고 근육이 수축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맹독성 물질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많은 물질의 치사량 역시 구할 수 있다. 치사량 이상의 물의 LD50은 90g/kg. 60kg 성인이 물 5.4L를 한꺼번에 마시면 물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과 설탕의 LD50은 각각 3g/kg, 29.7g/kg이다. 60kg의 성인이 180g의 소금과 1.78kg의 설탕을 단시간에 섭취하면 목숨이 위험하다.

약이 되는 독, 독을 치료하는 독

물과 소금, 설탕은 우리가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필수 요소들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화학물질은 얼마큼의 양을, 얼마나 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주름을 없애는 데에 사용되는 보톡스가 대표적인 예다. 보톡스를 피부에 주입하면 보톡스의 독소가 신경 말단을 마비시킨다. 표정을 만드는 근육이 억제돼 주름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보톡스를 맞은 후에 웃어도 표정이 잘 지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톡스는 보툴리누스균이라는 식중독균에서 추출한다. 보툴리누스 독소는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사망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가진 맹독이다. 피부미용에 사용하는 보톡스 1병에는 5나노그램의 보툴리누스 독소가 들어있다. 1나노그램은 10억분의 1그램밖에 되지 않는 양이다.

독의 양을 조절해서 약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독 그 자체가 약이 되기도 한다. 독을 치료하는 해독제가 그 예다. 인체에 독이 들어와 특정한 화학작용을 할 때, 그 독이 효과를 잃도록 만드는 다른 물질을 투여하는 것이 해독제의 원리다. 독버섯으로 유명한 광대버섯에 들어있는 무스카린이라는 성분은 부교감신경의 말초를 흥분시키는데, 이 때문에 혈압이 떨어지고 땀과 눈물이 지나치게 분비된다. 무스카린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부교감신경을 억제시키는 물질을 투여해야한다. 이때 사용되는 성분이 또 다른 독초인 흰독말풀의 독성분인 아트로핀이다. 아트로핀은 분비선을 억제하고 혈압을 상승시키는데 이런 작용이 무스카린과 상쇄돼 해독이 된다. 이렇게 독으로서 독을 치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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