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교육부가 우리대학의 서남대 정상화 방안을 모두 불수용해 우리대학은 의대 유치에 실패했다. 이어 24일, 교육부가 서남대학교 폐교 사전 절차를 추진하면서 서남대는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게 됐다. 우리대학은 30년 전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이후 줄곧 의대 유치를 꿈꿔왔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의대 신설을 제한하는 여러 제도적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의대, 공공의료 실현을 위한 마지막 조각

우리대학이 의대 유치를 열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의료 때문이다. 현재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다 65세 이상의 고령화인구가 서울에만 해도 16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전염병의 위협이 매우 크다. 우리대학 남진 기획처장은 “영리 목적의 사립병원은 공중보건을 위해 일해주지 않는다. 그들이 하지 못한 일을 담당할 공공의료인재가 필요하다”며 “서울에 전염성이 강한 전염병이 확산되면 하루에만 700만명이 감염될 위협이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도 사립병원은 전염병 치료와 확산 방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 차원에서도 공공의료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공립대학으로서 선구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우리대학과 서울시는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는 전염병 대처를 위한 메르스 타워를 갖춘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13개의 시립병원과 이를 운영할 충분한 재정을 갖고 있다. 기획처장은 “교육부로부터 의대생 정원을 확보 받는다면 당장이라도 의대를 운영해 우수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대다수의 의대 졸업생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의료시설에는 항상 우수한 인력이 부족하다”며 “우리대학은 의대 운영에 필요한 모든 메뉴얼을 갖고 있으며 시립병원들로부터 초빙해 올 교수진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공립기관으로서 횡령금 변제 어려워”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달 2일 우리대학의 서남대 정상화 계획에 대한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우리대학이 ‘재정기여도 없이 의대 유치에만 주된 관심을 보였으며 전체적인 교육의 질 개선 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에 이루어진 교육부의 서남대 감사에서 서남대 구이사진(이하 구이사)의 교비 333억원 횡령과 불법 사용, 그리고 교원 허위 임용 등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교육부는 2013년에 구이사에 대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했다. 그리고 서남대의 정상화를 위해 2014년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임시이사는 학교재산 매각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한 권한이 없다.

따라서 임시이사를 선임케 한 문제를 해결하고 정이사가 새롭게 선임돼야 학교를 인수할 수 있다. 교육부는 임시이사가 선임된 사유를 교비 횡령으로 인해 서남대 재정에 손해가 생겼기 때문으로 보았다. 그 금액은 교비 횡령액인 333억이었다. 때문에 333억원을 우리대학이 대신 채워넣어야만 서남대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임시이사가 물러나고 정이사가 선출될 수 있어 인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333억을 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교육부는 우리대학에 불수용 통지를 내렸다.

이에 기획처장은 “횡령금은 범법자(구이사)에게 받아내야 마땅하므로 우리가 대신 보전할 명분이 없다”며 “우리대학과 서울시는 서남대에 5년간 2000여억원의 지원과 750여억원의 대학 매각대금 지불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구이사의 횡령금을 보전해야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음에도 횡령금 보전을 고수하는 것이 아쉽다. 우리는 333억의 변제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재정의 기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횡령금 보전이 대학 정상화에 필수였던 이전 타대학 간의 인수에서 사용했던 관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의대 유치에만 눈 멀었던 것 아니야”

기획처장은 이어 ‘우리대학이 서남대 인수 과정에서 의대 유치에만 관심을 보이고 교육의 질 개선 가능성이 없었다’는 교육부의 입장에도 유감을 표했다. 우리대학은 서남대 남원 캠퍼스에 의대를 비롯한 농생명과학대와 공공보건의료대를 만들어 약 300명 규모의 대학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남원 캠퍼스의 정원은 약 370명이지만 의대를 제외하고는 충원율이 10%에 불과하다. 기획처장은 “남아있는 학생들을 농생명과학대로 편입을 유도해 함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학 운영 매뉴얼까지 모두 준비해 놓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은 인수협상대상자 중 유일하게 교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과 고용의 승계까지 내다봤다. 기획처장은 “단지 의대 유치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공립기관으로서 해야 마땅한 일들을 모두 책임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꺼지지 않은 의대 유치의 불씨

서남대 인수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우리대학이 의대 유치의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 기획처장은 “공공의료의 필요성은 명확하고 이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리대학에 의대를 유치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고 이 노력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이 계획하는 의대 유치의 방법 중 하나는 공공의료 인재들의 양성을 위한 공공자치의대를 만드는 것이다.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자치의대 졸업생은 정부가 지정한 병원 및 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게 된다. 기획처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의대를 유치하지 못한 것은 수도권에 배정된 수도권 소속 의대생의 정원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법적으로 이미 공공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한 정원이 따로 존재하고 이를 이용해 자치의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부서의 승인이 있다면 언제든 서울시자치의대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우리대학이 갖추고 있으며 관련부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라도 분교 설치 가능성도 있어

또 다른 계획은 전라도에 우리대학 분교를 설치해 의대를 운영하는 것이다. 서남대가 폐교되면 서남대 의대가 갖고 있던 50여명의 의대생 정원이 전라도에 풀리게 된다. 교육부가 승인한 전라도 소속 대학에게 50여명의 의대생을 추가로 모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기획처장은 이 정원을 가져오기 위해 경쟁하는 대학이나 국가기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기획처장은 “이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전북도민들과 시민들, 그리고 교직원들이 모두 우리대학을 지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지원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우리는 이미 서남대 인수를 위해 서울시의 지원을 약속받은 적 있다”고 분교 설립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획처장은 “이번 서남대 인수 사업 과정에서 수시로 (학생들의) 문의를 받았다. 의대 인수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우리의 뜻을 전하면 다들 공공의료의 필요성에 동감했다”며 “우리대학 학생들은 성숙한 대의적 사고를 할 줄 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대학은 의대 유치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며 “학생들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립대의 학생으로서 함께 힘을 모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삽화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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