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시위현장인듯했다.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그들이 원하는 바를 외치고 있었다. 질서 잡힌 민주시민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그 순간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혼비백산으로 이리저리 흩어지는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졌고 이내 시체가 되고 말았다. 도로가 피로 젖어갔다.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곳에는 취재차 읽고 있던 『5월18일, 광주』가 펼쳐져 있었다. 아마 내가 꾼 꿈은 책에서 읽었던 그날의 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기사를 써야지’라고 생각하며 자료조사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켰다. 오늘의 뉴스도 여전히 상처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경제적인 압박에 내몰려 목숨을 끊기도 하고 산업재해로 의도치 않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랬다. 아직 이 사회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난 악몽에서 깨어났지만 내가 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걸까? 혹자는 각 개인이 쉽게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서 그저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굳이 쉽게 살아야할까?

일기를 쓴다. 나로 하여금 내 주변인들이 악몽에 빠지지 않도록. 하루하루의 일을 일기장에 옮기고 반성해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항상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퍼뜨렸을지도 모르는 악몽을 더는 퍼뜨리고 싶지 않아 매일 조금씩 나를 바꾸려 노력해본다. 기사를 쓴다. 세상에 퍼져있는 악몽을 걷어내기 위해서. 악몽을 꾸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글로 옮긴다. 크고 작은 여러 악몽을 직시하는 건 분명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이 세상의 한 사람으로서, 기자로서 글을 쓴다.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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