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넘어온 11편의 작품들 중에서 심사자의 시선을 강하게 끈 것은 「흐노니, 흐노니」와 「괴물 쥐」였습니다. 이 두 편의 작품은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발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두 영역을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두 작품의 작자 모두,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을 놓지 못한 상태로 이야기의 전개를 계속 주시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두 사람 모두, 인간의 욕망이 근원적으로 지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하여 적극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한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두 작품의 공통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흐노니, 흐노니」는 ‘인간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또 한편으로 진실과 허위의 얽힘이라는 문제를 천착하고 있으며, 「괴물 쥐」는 생명의 본질과 생태계의 파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 두 편의 작품 가운데 어느 쪽을 당선작으로 정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심사자는 한동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결국 「흐노니, 흐노니」를 선택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마술’이라는 모티프를 적절하게 도입하여 활용함으로써 작품에 좀더 입체적인 면모를 부여한 점과 사건 전개의 과정에서 반전의 기법이 여러 차례 능숙하게 구사된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입니다.

「흐노니, 흐노니」와 「괴물 쥐」 이외에 각별히 주목될 만하다고 판단된 또 다른 작품으로는 「피사체를 위하여」와 「보도블록」이 있습니다. 우연의 소치이겠지만 이 두 작품에도 금방 인지되는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아버지-딸 혹은 아버지-아들이라는 가족관계 속에서 발견되는 연속성과 연대성에 대한 관심, 그런 관심에 바탕을 둔 따뜻한 인간관, 도시문명과 자연의 관련양상에 대한 섬세하고도 견실한 사유 등등이 그 공통점입니다. 이런 특징들을 잘 살려 나가면서 그 위에 좀더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보다 세련된 창작기법을 추가한다면 두 작품의 작자 모두 장래를 기대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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