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용산고 3   김 지 용

심장이 모기에 물린 것 같습니다. 뛰기보다는 가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주먹으로 가슴을 쳤습니다. 통증이 대개 그렇듯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몸을 보다가 나도 모르는 흉터 같은 아이.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또 심장이 가려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어디를 긁어야 할지 몰라서 가슴을 쳤습니다. 닿을 수 없는 곳에 무언가를 던지는 느낌이 듭니다.

설렌다는 감정과 상실의 감정이 같다고 느꼈습니다. 수상은 너무 기쁜 일이지만 한 아이가 제게 떠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설렐 때마다 꿈에 아이가 나왔습니다. 우리의 온도 차가 질감으로 느껴져서 저는 한참을 그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그 아이는 제 손을 뿌리치고 사라졌습니다. 울음이 눈에서 나오지 않아, 어딘가 고인 느낌이 듭니다. 곧 죽을 것같이 온몸이 아프지 않고 저는 또 괜찮습니다. 시간은 고이지 않고 흘러 갈 것 같습니다. 어른이 뭔지 모르겠지만 어른이 되는 기분입니다. 앎에 대한 부끄러움과 무지에 대한 행동이 자꾸 신발 끈을 묶게 합니다. 사실 기성세대의 제도를 욕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만든 사태지만 견고하게 만드는 건 우리이고, 침을 뱉으나 사실 내게 뱉습니다. 어른이 아닌 내 잘못이기 때문.

「이사」라는 작품도 나라는 아버지가 내게 쓴 시 같습니다. 내 일도, 내일도, 나라면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윙’ 하고 귀찮게 머리에 무언가가 맴돕니다. 시를 왜 쓰니? 라는 질문에 여태 답을 못했는데, 이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답은 나인 것이고, 나는 오답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안할 때 시인이 제게 낭비하고 실수하고 뭐 해야 할지 모르는 게 급식이라고, 했습니다. 제게는 이 말이 비문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문인 시를, 삶을 적어 나아가겠습니다. 제게 속해있었던 분들께 손바닥과 발바닥을 맞대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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