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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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알아보는 가상화폐 이야기
서지원 기자  |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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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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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이슈로 떠올랐다. 돈을 캐낸다고? 이는 마치 ‘땅 파봤자 동전 하나 안나온다’는 말을 전면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는 가상화폐의 하나다. 서울시립대신문과 함께 두 번의 연재 동안 비트코인과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화폐로써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편집자주-

   
 
오늘도 야근이다. 잔망스런 마감은 항상 내 생각을 넘어서서 다음날로, 또 다음날로 도망친다. 창밖은 어두워진 지 오래다. 피곤할 때는 커피가 좋단다.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고르다가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한다. 요놈,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내고 카운터에 올려놓는다. 리더기가 커피를 훑자 카운터에 가격이 표시된다.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고 결제한 후 커피를 건네받는다. 신문사로 돌아오며 문득 깨닫는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불편하게 현금을 들고 다녔었는데’, 좋은 세상이다. 이런 전자결제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현금 없이 금전거래가 가능하다는 걸 믿을 수 있었을까? 언젠가 돈이 이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가상화폐의 등장은 이 질문에 ‘아니요’ 라고 답한다.

우리나라의 ‘원’이 현금으로서 존재하고 그것을 한국은행에서 관리하듯, 보통의 화폐는 모두 그 근간이 되는 실체와 중앙관리기관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화폐들은 대중의 신뢰를 쉽게 받을 수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쓰여 왔다. 앞서 말한 전자결제는 이 화폐들이 결제되는 새로운 모습일 뿐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근본부터 다르다. 가상화폐는 컴퓨터 코드로 이루어져 있어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중앙관리기관도 갖지 않는다. 이를 이용한 모든 거래는 다수의 익명에 의해 ‘똑같이’ 기록되고 통화량은 수학적인 방식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해서 비트코인 거래를 할 수 있다.
가상화폐, 화폐일까?

하지만 이들을 화폐로 인정할 수 있을까? 가치척도 기능, 매개 기능, 저장 기능을 화폐의 3대 기능이라고 한다. 화폐는 물물교환을 가능케 하고 물건의 가치를 재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자신의 가치가 저장될 수 있어야 한다. 명료하게 숫자로 표시되는 액수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모두에 의해 같게 기록되는 가상화폐는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화폐는 굳이 실체를 가질 필요가 없다. 한때는 금과 같이 만인에게 귀중하다고 생각되는 물질이 화폐로 사용됐다. 하지만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종이에 불과한 지폐와 숫자가 기록됐을 뿐인 통장 등이 등장했다. 무언가가 사회적으로 약속된 가치를 갖고 있으며, 그 가치가 시간이 흘러도 어느 정도 유지되며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임을 언제든 밝힐 수 있다면 그것을 화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처음으로 현실에서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된 때는 언제일까? 최초의 성공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사회적 합의’를 맺은 것은 2010년의 어느 날이다. 한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구매하고 싶다며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싶다는 이유로 피자를 만들어줘도 좋고 자신의 집으로 배달시켜줘도 좋다면서 1만 비트코인을 가격으로 제시했다. 모두가 ‘될까?’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그의 집에 피자 두 판이 도착함으로써 이 실험은 4일 만에 성공했다. 거래의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당시 3만원에 불과했던 1만 비트코인은 점점 거래규모가 커져 현재 약 100억 원으로 가치가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330개의 ATM을 갖고 있으며 그중 3개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작동원리

가상화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갑’을 만들어야한다. 지갑은 개인이 가상화폐를 관리하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사용자의 공개키, 개인키, 주소를 저장한다. 공개키와 개인키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물쇠와 열쇠가 되는 코드이며 일종의 비밀번호이다. 공개키로 잠근 정보는 개인키로만 풀 수 있고 그 반대도 같다. 다만 공개키는 모두에게 공개하는 자신의 정보이며 개인키는 자기 자신만이 갖는다. 누군가가 나의 공개키로 문서를 잠근 다음 인터넷에 공개하면 나만이 문서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공개키를 이용해 주소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는 통장의 계좌번호에 해당한다. 현실의 지갑과는 다르게 가상화폐 지갑에는 잔액의 정보가 직접적으로 들어있지 않다. 대신 인터넷에 등재된 공공장부에서 불러온, 자신의 주소에 해당하는 거래 기록들만이 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영수에게 각각 3 BTC(비트코인의 단위)를 보냈다고 해보자. 만약 공공장부가 올바르게 기재됐다면 영수는 자신의 주소로 3 BTC가 이동했다는 기록을 두 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수의 지갑은 이 정보들을 모두 모아 영수에게 총 6 BTC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돈이 생긴 영수는 신문사에 1 BTC를 후원하고 싶어졌다. 영수는 지갑에게 신문사의 비트코인 주소와 자신이 입금할 금액을 말해준다. 지갑은 영수에게 돈을 준다는 철수의 3 BTC 짜리 기록을 불러온다. 이때 3 BTC는 1 BTC와 2 BTC로 나뉘는데 하나는 신문사에 보낼 돈이고 하나는 자신에게 되돌리는 거스름돈이다. 이제 공공장부는 1 BTC를 신문사의 주소로, 2 BTC는 다시 철수의 주소로 보낸다는 기록을 기재 요청받는다. 이때 수신자가 영수로 되어 있는 기록은 영수의 공개키로 잠겨 있어서 그에 상응하는 개인키를 갖고 있는 영수만이 잠금을 풀어 사용할 수 있다. 이제 공공장부에는 영수가 수신자로 된 기록이 세 개 있다. 영수가 금방 사용한 3 BTC, 아직 쓰지 않은 영희의 3 BTC와 영수가 자신에게 보낸 2 BTC이다. 이는 영수의 총 5 BTC 어치 재산이 된다. 결국 가상화폐는 보통의 통화 시스템과는 달리 돈의 움직임만을 기록한다.

이 방식은 아무나 새로운 내용을 써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 내용이 똑같게 유지돼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공공장부를 기록하는 익명의 시스템을 노드라고 부른다. 이들에게 새로운 거래내역이 도착하면 노드는 거래내역을 주위 노드에 전파하고 자신도 그것을 임시로 저장한다. 이렇게 모인 임시기록이 공공장부에 기록되는 것을 새로운 블록이 쌓아올려졌다고 말한다. 블록은 노드들 간에 공유되는 거래들의 묶음인 것이다. 어떤 한 노드가 자신의 임시기록을 하나의 블록으로 만들어 다른 노드들에게 이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고도의 계산능력을 필요로 하는, 이미 쌓여진 블록들에 따라 답이 바뀌는 일종의 수학 문제를 풀어야한다.

이 문제는 무수히 많은 트럼프 카드 더미에서 몇 번째 카드가 조커인지 찾는 것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다. 카드를 뒤집어가며 답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답을 구하고 나면 답을 검증하는 것은 쉽다. 검증할 때는 답이라고 생각되는 카드를 한 번만 뒤집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각 노드들은 공공장부에 올라간 마지막 블록을 참조하며 모두 같은 문제를 푼다. 어떤 한 노드가 문제를 풀면 다른 노드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다른 노드들은 그 답이 맞는지 검증하고 답이 맞는다면 새로운 블록의 탄생을 인정하고 자신의 장부에 기록한다. 이제 노드들은 새로운 블록을 자신이 쌓기 위해 새로운 계산을 시작한다. 한편 최근의 블록들을 쌓는 데 걸린 시간에 따라 블록을 쌓기 위해 풀어야하는 문제의 난이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블록을 쌓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화폐의 공정이 일정한 것이다.

노드들은 어떤 이유로 공공장부를 기록하고 유지하는 것일까? 공공장부를 기록하고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데이터처리능력이 필요하다. 2017년 현재 공공장부의 용량은 약 120GB에 달한다. 노드들은 자신이 하나의 블록을 쌓는 데 성공할 때마다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받는다. 노드는 자신이 기록한 거래에서 수수료를 챙긴다. 재밌는 것은 거래 기재를 요청하는 사람이 수수료의 양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신문사에 1 BTC를 후원한 영수는 3 BTC 중에서 1 BTC를 신문사에 주고 2 BTC를 거슬러 받았다. 자신이 갖고 있던 돈(3 BTC)과 보내는 돈(1+2 BTC)의 총합이 서로 같으므로 0 BTC의 수수료를 건 셈이다. 이런 거래는 우선순위가 낮고 노드들이 좀처럼 기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수수료가 걸리지 않은 거래는 블록에 실리는 데 2시간가량 걸리기도 한다. 한편 영수가 신문사에 1 BTC를 주고 2 BTC를 자신에게 되돌리지 않았다고 해보자. 이때는 자신이 갖고 있던 돈(3 BTC)과 보내는 돈(1 BTC)의 차액인 2 BTC가 거래의 수수료가 된다. 이런 거래는 거래를 기록한 노드들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높아 약 10분 만에 기록될 것이다.

한편, 인센티브는 기록한 거래와 상관없이 블록을 쌓는데 성공함으로써 얻는 보상이다. 노드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거래는 발신자가 없으며 블록을 쌓은 노드가 수신자일 뿐이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운 돈이 생겨나는 것과 같고 시장에는 일정하게 통화량이 늘어나게 된다. 비트코인은 이 인센티브의 양이 점점 줄어들도록 설계됐고 2140년, 2100만 BTC를 시장에 남기며 발행이 중지된다.

   
 
가상화폐의 미래를 바라보다

가상화폐가 활성화된다면 금융업무의 중앙화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 다소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금융업무에서는 중앙기관이 거래를 관리하고 신뢰성을 부여했다. 따라서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중앙에 맡겨야했다. 하지만 하나의 장소에 다량의 정보가 모여 있으면 해커들의 좋은 표적이 된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카드사나 은행의 해킹 피해 소식에서 거래의 중앙화가 가져오는 문제, 그리고 보안성 높은 가상화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다량의 거래를 중앙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유지해야하는데 이는 수수료의 증가를 불러온다.

이는 특히 국제송금이나 소액결제에 있어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수수료의 문제로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사용하면 분산처리를 지향하는 특성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 비해 수수료가 매우 낮아진다. 가상화폐 활성화로 낮아진 수수료는 세계적 규모의 경제 활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들도 역시 쉬운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시위 중 시위자들의 비트코인 주소를 QR코드로 만들어 피켓에 인쇄한 후 후원 요청을 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에 자신의 의사를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가상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 모두 가상화폐가 매우 혁신적인 실험이라는 데 동의한다. 지금까지 중앙 발행기관을 갖지 않는 화폐는 없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지금까지 없었던 매우 새로운 거래 방식을 제시하고 높은 보안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가상화폐가 낯설다. 가상화폐로 수입을 얻고 지출을 할 수 있는 생태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가상화폐가 하나의 화폐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해본다.


글, 삽화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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