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새활용플라자 홈페이지에서는 새활용에 대한 강연이나 새활용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평소 DIY에 관심이 많았기에 체험 프로그램 목록을 살펴봤다.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새활용을 통해 간단한 생활용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이번주의 프로그램은 폐우산으로 필통 만들어보기다.

회기역에서 2211번 버스에 오르니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도착할 수 있었다. 5층짜리 커다란 갈색 건물은 주변에 흐르는 인공천과 넓은 잔디밭과 함께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 샹들리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버려진 빈병들로 만들어진 샹들리에는 마치 ‘여기서는 뭐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교육실은 2층에 위치하고 있는 소재라이브러리였다. 소재라이브러리에 들어가자 벽면이 전부 뭔가가 들어있는 액자로 덮여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액자 안에는 찢어진 천조각이나 헌책같은 폐품들이 들어있었다. 그 옆에는 이들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문이 함께 붙어있었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폐품들이 그렇게 전시돼있으니 하나의 어엿한 재료로 느껴졌다.

▲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통해 업사이클링을 체험할 수 있다.
라이브러리 한쪽 구석에는 천조각들과 바느질 도구들이 놓인 책상이 있었다. 오늘의 작업장이었다. 여러 가지 천들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고 교육자의 지시에 따라 여기저기 바느질을 시작했다. 서툰 바느질에 손을 찔리기도, 잘못된 곳을 꿰매 실을 뜯어내기도 했지만 마침내 지퍼가 제대로 달린 필통을 만들어냈다. 누군가가 버린 우산이 내 손에 들어와 새 역할을 찾은 것이다. 매주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말에 ‘다음에도 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 끝난 후 새활용플라자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첫 번째 목적지는 소재은행. 새활용을 할 때 소재라이브러리에서 어떤 소재가 필요한지 영감을 얻으면 소재은행에서 쉽게 그 소재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소재은행이 위치한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커다란 비밀창고’가 나타났다. 쓰레기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낡은 문패, 버려진 전자부품, 버려진 천들이 나란히 담긴 바구니가 여러 겹 쌓여있었다. 소재은행은 내년쯤 사람들이 폐품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처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은 각 폐품들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된 폐품들은 더 이상 쓰레기로 보이지 않았다. 옷걸이로 만든 행거부터 컴퓨터 부품으로 만든 멋진 액자까지.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엿보였다.

▲ 소재은행에는 폐전자부품을 이용한 액자가 전시돼있다.
소재은행 옆에는 창이 작게 나있는 공간이 있었다. 무엇을 하는 곳일까, 살짝 들여다봤더니 무더기로 쌓인 쓰레기들을 새활용 소재로 만들기 위해 폐품 분류작업이 한창이었다. 폐품을 수거해 새활용 제작자들에게 공급하는 ‘아름다운가게’의 작업장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사전에 견학 신청을 하지 않아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가게 홈페이지에서 미리 방문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1층으로 올라갔다. 새활용을 하고 싶은 시민과 단체에게 ‘대여 작업소’ 역할을 한다는 ‘꿈꾸는 공장’의 문은 아직 준비가 덜 됐는지 굳게 닫혀있었다. 내년에는 꿈꾸는 공장에서 3D 프린터와 같은 장비를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3~4층에 입점해있는 공방들을 구경하러가는 길. 아직 입점하지 않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터가 보였다. 막 개관한 장소임을 보여주듯 아직은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내년쯤이면 계획단계인 시설까지 모두 운영된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활용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새활용 마을’이 될 것 같았다.

공방들의 모든 벽은 투명한 유리로 돼있었다. 복도를 지나는 모두가 공방 하나하나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구경할 수 있었다. 어떤 공방에서는 나무에 열심히 색을 입히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바느질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 중에는 시민들을 위해 체험과 교육의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고 하니 다음에 방문할 때는 흥미가 가는 공방에 미리 문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의 한나절은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곳을 다시 찾아 원하는 소재들을 ‘쇼핑’하고 이것저것 만들어볼 날을 떠올리며, 장한평 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글·사진_ 서지원 기자 sjw_1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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