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전이 열렸다. 주제전에서는 고갈되고 파괴된 환경 속에서 도시공동체 모두를 위한 공유재를 찾고 이를 활용할 방안들이 제시됐다. ‘공기, 물, 불, 땅’ 네가지의 테마로 분류된 작가들의 새로운 활용 방안들을 살펴보자. -편집자주- |
공기: 서울 온 에어, 황사
개발이 진행된 도시일수록 대기 환경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작가들은 대기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제안했을까. 첫 번째로 보게 된 작품은 ‘황사’이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가습기처럼 수증기를 뿜고 있는, 살 없는 우산처럼 생긴 구조물이 보였다. ‘황사’는 대기오염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오염의 정도가 심해지면 구조물에서 수증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오염의 정도를 지표가 아닌 눈으로,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시관에 들어서며 시원하게 맞아주던 수증기가 오염 정도를 나타낸다는 설명을 들으니 갑자기 찝찝한 감이 든다. 다행히 전시기간 동안은 대기오염 정도에 따른 것이 아닌, 주기적으로 작동된다고 하니 시원하기만 해도 될 것 같다.‘황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니 또 다른 작품 ‘서울 온 에어’를 볼 수 있었다. 전시관의 바닥에는 서울의 지도가 그려져 있고 태블릿 하나가 준비돼 있었다. 태블릿 속 화면을 들여다보니 서울 지도 위에 빨간색, 노란색 구름들이 떠있었다. ‘서울 온 에어’ 역시 대기오염의 정도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황사’가 수증기를 통해 대기오염 여부를 알렸다면, ‘서울 온 에어’는 태블릿에 띄워진 여러 가지 지표가 서울의 대기가 어느 정도로 오염됐는지를 알려준다. 오존,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지표를 선택하면 서울의 대기 수준을 알 수 있다. 이날 돈의문의 이산화탄소 상태는 적색에 가까웠다. 문을 나오니 왠지 모르게 코가 갑갑해지는 것 같았다.
물: 지하세계, 공유 바다와 해조류 문화
정수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는 물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시 ‘지하세계’는 지하수에 집중했다. ‘지하세계’ 전시관에서는 지하수를 분석하고 기록하고 있었다. 벽면에는 지하수를 분석한 자료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지하세계’는 하수를 분석해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고안됐다. 도시보건 전략을 수립할 때 이 하수를 분석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학문 간 데이터 플랫폼으로써 보건 분야뿐만 아니라 미생물연구에 대한 자료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공유 바다와 해조류 문화’에서는 해조류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서양 문화권에서는 해조류를 식량으로 보지 않았다. 최근들어 해조류가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으면서 일찍이 해조류를 소비해온 아시아 문화권을 다시 살펴본다. 한국 역시 해조류를 오랜 과거부터 소비해왔지만 미래 식량과 미래연료로서의 해조류 연구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완도에서는 해조류 박람회 등을 통해 해조류를 미래 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 인류세 양식, 침략적 재생
불은 문명에 번영을 가져옴과 동시에 위기를 가져왔다.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기도 하지만 불은 여전히 우리 삶에 필수적 요소이다. ‘인류세 양식’ 전시관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려해 건축양식에 변화를 준다. 인류세는 파괴된 자연에서 이제는 어떻게 발전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계속해서 자연을 소비하면서 발전하기에는 한계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건물을 지을 때도 온실가스 감축과 옥외 환경을 고려해야한다. 전시관 안의 벽은 벽지 대신 은박지를 바른 듯 은빛이다. 이는 작가가 제시하는 미래 건축양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놓은 것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열전도를 줄이고, 외부로부터 단열을 해야한다. 연료뿐 아니라 벽지까지도 바꾸는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 전반에서 노력해야함을 보여주는 전시였다.‘침략적 재생’ 전시관은 암실이었다. 어두운 전시관 천장에서 희미하게 새어들어오는 빛이 전시관의 유일한 빛이었다. ‘침략적 재생’의 작가 제임스 램지는 지하에 정원을 만들기 위해 햇빛을 지하로 가져온다. 지상에 설치된 집광판이 햇빛을 모아 배관을 통해 지하로 보내면 산광 렌즈가 지하에 햇빛을 뿌린다. 지하로 들어온 햇빛 덕분에 식물들은 지상에서처럼 자랄 수 있다. 녹지화와 도시공간 문제는 항상 부딪혀왔다. 개발을 위해서 녹지는 파괴됐다. 도시는 개발과 녹지중 선택을 강요받았지만 지하에 정원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선택을 강요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일지 모르지만 지하정원은 외국에서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작가 제임스 램지는 터미널로 쓰였던 뉴욕 맨해튼의 지하에 지하정원을 만들고 있다.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은 이 지하정원은 2018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국 역시 지하정원을 계획 중이다. 서울시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사업개발’을 통해 개발될 지하공간에 태양광 유도장치를 이용해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땅: 열용량, 셀로(cell.o)
땅은 물, 불, 공기를 모두 담는 곳이다. 모든 활동의 생산물은 땅 위에서 나고, 부산물들은 다시 땅으로 방출된다. 지금까지의 건축이 땅을 소비하는 것이었다면 미래의 건축은 땅을 살려내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다. 땅 전시관에서는 공유자원으로써 땅을 이용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볼 수 있었다.‘열용량’ 전시관에서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땅이 많은 열을 품게된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보여주며 도시에 녹지가 왜 필요한지, 그 당위를 깨닫게 한다. 점점 더 더워지는 한국의 현황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시 ‘셀로’는 녹지를 도시에 어떻게 끌어올 방법에 대해 제안한다. 셀로와 ‘셀라’는 정원을 집안으로 끌어온다. 식물을 키우는 데 흙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화분과 차이를 보인다. 흙 없이 어떻게 정원을 구성할까. 셀라는 그 해답을 이끼에서 찾았다. 셀라는 이끼가 자랄 수 있는 모듈형 화분이다. 셀라에 담긴 이끼는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있는 흙의 역할을 한다. 모듈 몇 개로도 다양한 정원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맞은편 벽에는 셀로로 인해 녹화된 벽면이 보인다. 셀로는 레고처럼 서로 합치고 분리할 수 있는 화분이다. 벽에 붙은 화분에 물은 어떻게 줄까? 의문이 드는 순간 셀로의 한쪽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셀로는 물을 따로 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셀로는 IoT(Internet of Things)를 이용해 유지 및 관리할 수 있다. 한 셀로에 안개를 분사하면 안개는 연결된 셀로들을 따라 이동한다. 이런 방법으로 각각의 화분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식물과 화분의 유지관리도 IoT 기술로 자동화가 가능하기에 물을 챙겨 줘야하는 번거로움도 없앴다. 이 전시관의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셀로 덕에 공기가 촉촉하다.
글·사진_ 이재윤 기자 ebuuni321@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