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강서구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공개된 사진 때문입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장애학생의 부모들이 강서구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에 동의해달라며 애원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무슨 이유로 이들은 이처럼 애타게 특수학교 신설을 바라고 있는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특수교육 대상자의 29%만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서울시에는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설립되지 못했습니다. 번번히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특수학교가 없는 동네에 사는 장애학생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민들은 주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동네 집값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부산대학교 교육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특수학교 설립은 인근 지역의  부동산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육정책연구소가 167개의 특수학교를 전수 조사해 인근 지역의 공시지가 변화율을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수준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특수학교 인접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오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우리대학 도시행정학과 오동훈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특수학교 때문에 주변 부동산가격이 떨어진 사례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수학교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이 오히려 의외다”.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치안이 불안해진다‘는 속설 때문입니다. 최근 장애나 정신병력 등으로 처벌을 피하는 강력 범죄 사건들이 세상에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체장애인의 경우 신체활동에 제약이 있는 만큼 강력범죄와 거리가 멉니다. 2011년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의 10% 수준입니다. 통계치에 따르면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이 더 위험한 셈입니다.

지난 12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강서구 사태의 해결책으로 “특수학교가 없는 모든 구에 특수학교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방안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입니다. 오 교수는 해당 발언을 “무조건 모든 구에 설립할 테니 반대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석합니다. “주민들이 기피하는 이상 강행할 수는 없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오 교수는 “주민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들은 자신의 사회적 기여 소식을 앞다투어 자랑한다. 이런 문화를 지역에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합니다.

지금까지 두 가지 속설의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주민들이 이런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했다고 생각하니, 그 입장도 이해할만합니다. 하지만 이유가 모두 허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특수학교를 향한 시선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인권과 양심을 이야기하며 강서구 주민들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 어려운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강서구 주민의 오해를 풀고 설득하는 일부터 내 편견을 내려놓는 일, 그리고 장애학생의 부모가 무릎 꿇을 일 없는 세상을 만들기까지, 쉴 틈이 없겠네요.


임하은 수습기자 hani153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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