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이 개봉했다. 개봉 이후 평단은 물론이고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설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때의 이야기다. 청의 군대가 쳐들어오자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계절은 겨울. 춥고 배고픈 시기까지 겹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남한산성>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당연 이병헌이 연기한 ‘최명길’과 김윤석이 연기한 ‘김상헌’이다. 둘은 조선이라는 나라와 인조라는 임금에 충성을 다한다는 마음은 같지만 ‘어떻게’ 충성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맥을 달리한다. 명나라에 대한 의리와 명분도 ‘살아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최명길은 청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한다. 반면 김상헌은 ‘대의’를 지키기 위해 청나라와 맞서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 속 내용이 요즘 북한의 도발과 한·미 동맹, 그리고 중국의 눈치라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슷해서 그런지 영화와 현상황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분위기가 다분하다. 평단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씨네21』의 박평식 평론가는 아예 한 줄 평으로 ‘전시작전권을 환수해야 할 이유’라고 적었다. 관객들은 최명길과 김상헌이라는 두 인물에 몰입하며 ‘나라면 이쪽을 택하겠다’ 혹은 ‘이쪽이 맞는 이야기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생각을 끌고 와 현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다. 최명길이냐. 김상헌이냐 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인조가 있었냐’하는 것이다. 화친과 척화라는 그 힘든 시기를 대응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인조는 임금이 보여야 할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줬는가. 내적으로는 간신과도 같은 신하들의 말에 휘둘리기 바쁘고 외적으론 청의 대군이 압박하니 자신만의 판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조는 결국 말이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빠져 죽었다.

현상황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 한쪽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미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의 눈치를 수용하면서 중국을 통해 북한을 견제하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쪽이냐’며 점점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두 입장 모두 나름 타당한 부분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리더들이 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으면서 날이 서있는 본연의 판단을 하면 좋겠다. 진영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줏대 있는 리더로서의 판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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