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교육학의 가장 큰 적은 ‘Mindless ness’입니다. 교육의 목적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성, 혹은 지성이 인간의 특성이라면, 누군가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그를 더욱 인간답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 없음’, ‘마음 없음’을 뜻하는 ‘Mindlessness’는 인간이 인간 되지 못하게 하는, 교육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Mindlessness’를 ‘무목적성’으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생각이 없는 것을 목적이 없는 것과 동일시한 것이지요. 나라는 존재 앞에 주어진 상황과 요구들 앞에서 “왜“ 라고 그 이유, 혹은 목적을 묻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이 활발해질 때, “왜요?”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는데요?”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요?” 라는 질문으로 끊임없이 부모님을 괴롭히고, 조금 더 지나서는 자신에게 기대되는 모든 것에 대해 질풍노도처럼 극렬히 저항하는 것을 보면, 생각하는 힘의 가장 단적인 모습이 ‘왜’라는 질문으로 나타나는 듯합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지 않는 삶은, ‘왜’가 없는 삶, 이유와 목적이 없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주어진 대로, 그냥 사는 삶, 전해지는 정보에 담긴 의미, 사상, 문화와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믿고 순종하는 삶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런 삶을 ‘착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교육되지 않은 인간은 철저히 본능적이며, 본능은 절대적으로 이기적입니다. 삶의 모든 문제가 먹고 사는 것에 있다 여기며, 마치 닭처럼 모이가 있는 곳으로 머리를 숙여 발길을 옮길 뿐입니다. 땅에 떨어진 모이 주워 먹으면서, 어디 누가 남긴 모이 더 없나 배회하면서, 모이 더 주는 이에게 머리 조아리고 따라갑니다. 그런 삶에는 존재나 관계에 대한 진정한 감사도, 삶의 방향에 대한 교정도 나타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생각하는 삶을 허락하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바쁘니까, 이러다 먹고 사는 거 지장 있으니까, 남들 다 가니까, 뒤처지면 안 되니까, 길 끝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제일 앞에서 달리도록, ‘부지런히’ 생각 없이 살도록 우리를 종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성실히 쫓고 쫓기며 살지만, 기대했던 행복은 끝내 찾을 수 없고, 삶의 마지막을 깊은 한숨으로 마무리 짓게 합니다.

잠시 멈춰 섭시다. 시끄러운 거짓말과 검증되지 않은 궤변들 속에서, 잠깐 눈 감고 귀 막고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 왜 여기 서있는가,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물어야만 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새벽이슬처럼 빛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그들이 단지 모이 조금 더 먹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님을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들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직면하고, 자신의 삶을 참된 행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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