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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구석구석을 나들이하며 도시의 미래를 체험하길"[인터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 배형민 교수
김수빈 기자  |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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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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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세계의 도시가 가진 환경·경제·정치 등 사회문제와 그 해법을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다. 세계 50여 개 도시들이 참여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돈의문 박물관마을·세운상가 등 서울 전역에서 전시가 이뤄지는 큰 행사의 총감독을 우리대학 건축학과 배형민 교수가 맡았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지난 709호를 통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전시된 작품들을 소개했다. 이번호에서는 배형민 교수를 만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와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우리대학 건축학과배형민 교수
처음으로 열리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았다. 총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총감독은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비전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큐레이터를 정하는 것이다. 전시의 주제와 장소가 정해졌다 해도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큐레이터들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전시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 큐레이터들이 그에 공감하고 함께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 총감독의 큰 역할이다.

다른 전시와 차별화되도록 중점을 둔 부분은
관객들로 하여금 도시의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의 해결법을 고민하게 하려면 전시가 폐쇄된 공간 안에서만 머무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와 같은 전시공간에서 조차도 작품 하나에 집중하는 것뿐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DDP에서 열린 도시전은 세계도시를 한번에 경험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전시를 보는 순서도 정하지 않았다. DDP에 가보면 전시공간이 미로처럼 돼있다.

맞다. 보통 전시는 돌아보는 순서가 정해져있는데 이번 행사는 그렇지 않더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관심있는 곳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의도했다. 세계도시들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환경, 도시, 주거문제들을 전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또 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에 의자가 많다. 평양의 집 모습을 구현해놓은 전시에 있는 소파가 전시장에서 가장 앉기 좋다. 지금까지 많은 전시를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이 전시 대상과 관람객의 거리가 떨어져있다는 점이었다. 만지지도 못하고. 특히 디자인 전시는 생활용품이 많이 전시되는데 의자를 갖다놓고 앉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 의자가 왜 좋은지 알려면 앉아도 보고 만져도 봐야하는데 말이다. 이런 체험을 전시가 가능케 해줘야한다. 건축과 도시도 일상이다.

비엔날레를 도시전, 주제전, 현장 프로젝트 세 가지로 나눈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도시전과 주제전은 공유도시와 공유자원이라는 주제에 따라 개념적으로 전시를 나눴다. 그리고 각각의 전시마다 다른 전략을 고민했다. 먼저 도시전은 여러 세계 도시들이 자원의 공유와 같은 도시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전시다. DDP라는 공간에 세계의 도시들이 하나의 장소에 모여서 파노라마를 이룬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주제전이 열린 돈의문은 진짜 마을같이 생겼다. 그래서 카페와 도서관, 어린이 놀이방 등을 만들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장소적인 특성이 들어간 것이 현장 프로젝트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서울의 어떤 장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전시를 보는 것뿐 아니라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투어를 돌면서 다 같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게끔 했다. 어린이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도 있게 하고. 도시에 개입하고 시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펼쳐져있다. 그래서 전시가 굉장히 방대하다.

동대문, 돈의문, 세운상가 등 전시장소를 서울 곳곳에 배치한 특별한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
전시가 커서 꼼꼼히 돌아보려면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전시장소를 찾아가다보면 서울 곳곳을 돌아보는 효과를 준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창신동 봉제골목, 세운상가같은 장소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돈의문 마을도 새로 생겨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고. 사람들을 도시 곳곳으로 끌어들이고, 내가 모르는 사이 도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하고 싶었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살펴보며 잠재력과 가능성과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 평양의 일반 가정집 모습을 재현해놓은 ‘평양살림’ 전시
공유도시라는 주제가 흥미롭다
보통 ‘공유’라고 하면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쉐어링(sharing)을 떠올리기 쉬운데 공유도시는 공유경제의 개념보다는 훨씬 광범위하다.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필요한 물과 공기와 에너지와 땅, 그리고 그 요소들이 어우러져 나오는 의식주를 공유자원이라고 한다. 이런 자원들이 어느 누구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많은 자원들이 공유재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누구든지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와 기본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물 산업을 보면 깨끗한 물은 점점 사유화돼가고 있다. 아직은 공기는 공유재로 인식되지만 대기가 점점 나빠지면 사유화될 수 있다. 중국 북경에서는 이미 공기 장사가 시작됐다. 공기가 나쁘니까. 에너지가 사유화된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테고.

특히 주제전은 물, 불, 땅 등 원소를 테마로 전시관이 꾸며졌더라
4개의 원소를 설정한 이유도 자원의 공유를 아주 원초적인 단계에서부터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공유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지 공유자원에 대한 이슈는 굉장히 오래됐다. 특히 동양철학에서는 ‘올바른 사회에서는 자원들을 모든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에 영감을 얻어 ‘자원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특별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면
건축분야가 바뀌어야한다는 것이다. 건축을 건물 설계로만 생각하면 안된다. 환경문제, 주택문제 등 도시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건축이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주제전에 있던 전시들이 마치 과학 박람회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는데 모두 건축하는 사람들이 만든 작품들이다. 세상을 바꿀만한 좋은 일은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할 때 가능하다. 건축 역시 굉장히 다양한 영역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분야다. 병원을 지으려면 보건 전문가들과 얘기해야 하는 것처럼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이냐에 따라 필요한 사람이 다르다. 관객들이 전시를 보고 도시와 건축에 대해 확장된 시선을 갖기를 바란다. 열린 마음과 열린 시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특히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번 비엔날레가 단순히 도시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서울의 발전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나
서울주택공사나 우리대학, 서울시 내부 부서 등 서울시의 산하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만들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특히 세운상가와 도시재생에 크게 신경을 썼다. 세운캠퍼스는 우리대학의 일환이기도 하니까. 세운상가에는 전자부품을 수리하고 만드는 장인들, 악기상들, 스테레오 기기상들이 있는데 그런 과거의 제조업 분야들은 변신이 필요하다. 세운상가를 4차 산업혁명의 기지로서 재생시켜야 한다는 것은 서울시의 기본 정책이기도 하고 비엔날레 총감독으로서의 내 입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운상가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기 위해 세운상가 지하에 로보틱스랩을 만들었다. 비엔날레가 끝나도 계속 서울시립대학교 세운캠퍼스 로보틱스랩으로 유지될 것이다. 건축가뿐 아니라 로봇에 관심이 있는 누구든 세운상가의 로보틱스랩을 쓸 수 있다. 또, 창신동에 있는 기존의 봉제 골목에 시범 봉제공장을 조성을 했는데 이곳 역시 전시가 끝난 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해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비엔날레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그런 것이다. 전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막을 내리지만 장소는 이어져 나간다. 또 비엔날레를 통해 서울시가 세계정책의 리더로서 지속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도시분야에는 몇 년에 한 번씩 세계 도시들이 모여 도시의 환경, 사회,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들이 있는데, 이렇게 작품 전시를 기반으로 도시들이 모인 것은 이번 비엔날레가 유일하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서로 문제를 교환하고 공감하고 비교하는 토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뿐 아니라 세계 도시들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베니스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많다. 학술행사지만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런 목표를 가지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는 것인가
학자로서 스스로가 갖고 있는 전문성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왔다. 지식인으로서 해야 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비평과 비판이다. 전시를 할 때에도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이번 비엔날레에 올라간 전시 중에 ‘평양 살림’이라는 북한 관련 전시가 논란이 됐다. 북한과의 대치 정국에 어떻게 평양의 아파트를 보여줄 수 있냐, 북한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갈등 상황일수록 차분한 일상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북한 사람들은 이런 과자를 먹네’, ‘이런 전자기기를 쓰네’하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북한에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은 독자들이 비엔날레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말씀 전한다면
어려운 전시를 보러간다는 마음보다는 나들이를 간다는 마음, 도시의 구석구석을 체험한다는 마음으로 놀러왔으면 좋겠다. 특히 학생들은 이 도시가 삶의 현장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의 현장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요즘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혁명의 현장이 바로 도시다. 예를 들어 IoT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이다. 인터넷·컴퓨터 시스템들이 도시의 하부시설부터 우리방에까지 들어온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만 인터넷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바닥과 책장에, 고가도로와 건물에 있어야한다. 그런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들이 주제전에 있다. 센서로 작동하는 기계들과 무인자동차에 대한 전시를 보면서 인터넷 네트워크가 도시의 공간과 물리적인 실체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미래가 다른 매체를 통해서 어둡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도시의 미래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도시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리·사진_ 김수빈 기자 vincent080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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