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웹 정은주 점장

▲ 웹의 정은주 점장은 학생들과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12시쯤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학생회관의 패스트푸드점 W.E.B(이하 웹)에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올해로 19년째 학생들의 맛있는 한 끼를 담당하는 웹의 정은주 점장을 만나봤다.

웹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됐는지
1999년에 처음 오픈 당시부터 일하지는 않았다. 종로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매니저로 근무를 하다가 웹에 새로운 매니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돼서 면접을 보게 됐고, 2004년부터 매니저로 일을 하게 됐다.

올해로 14년 차, 여러 일들이 있었을 것 같다. 힘들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는
학생들이랑 일을 많이 하다보니 아무래도 학생들과 관련된 일화가 많다. 웹에는 기수별로 그만둔 친구들이 모임을 갖는다. 그 친구들 모일 때 같이 나가서 만나기도 한다. 이제는 다들 사회생활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심지어 내가 일을 시작할 때 함께 했던 아이들은 04학번이다. 그 친구들 중에는 결혼한 친구들도 있다. 내가 그 친구들 결혼식에 가기도 하고, 내 결혼식에 그 친구들이 오기도 하더라. 여기서 커플도 많이 생긴다. 07학번에 웹커플이 있었는데 이번에 결혼을 했다. 같이 알바하다가 만나서 교제하다가 군대도 갔다오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도 하더니 결국 이번에 결혼을 했다. 그때 하객 중에 여기 알바생 출신들이 많이 왔더라. 그런 일들이, 학생들이랑 함께 했던 일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또 임신한 아내를 위해 학교에 찾아온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 하루는 저녁시간에 어떤 남성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퇴근하는 시간대에 여길 들려야 한다고 하길래 오라고 했다. 알고보니 임신한 사람이 우리대학 학생이었다. 임신 중에 웹에서 파는 불감자 버거랑 감자튀김이 먹고 싶어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고 하더라. 집도 먼데 퇴근길에 들렀다고 얘기해줬다.

메뉴 개발이 꾸준하다. 어디서 영감을 받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패스트푸드를 별로 안 좋아해도 외부 업체를 계속 관찰하게 된다. 프렌차이즈에서 수제버거, 모짜렐라 버거 등 새로운 제품들이 나오면 관련 재료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린다. 그러면 샘플을 받아서 시식해보고 학생들과 직원들의 반응을 본다. 반응이 괜찮으면 새로운 메뉴로 개발을 한다. 이번에 나온 치아바타 샌드위치도 그렇게 출시됐다. 최근에는 여자친구들만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들도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여름에 햄버거 패티 때문에 시끌시끌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패티를 굽다보니까 실수도 있을 수도 있고 해서 아예 패티를 쓰지 않는 메뉴를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우리대학에 샌드위치류를 직접 만들어 파는 매장은 파리바게트 밖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빵이나 속 재료 테스트를 거쳐 치아바타를 출시하게 됐다. 메뉴당 개발 준비시간은 거의 한 학기가 걸린다. 프렌차이즈가 아니다보니 메뉴를 연구하는 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직접 새로운 메뉴를 알아보고 업체 선정을 하고 테스트해보며 연구하는 와중에도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메뉴 개발이 빨리빨리 진행되지 않는다. 재료 수급도 학교와 얘기가 돼야 하고, 업체의 안전성이나 규모 등도 체크해야 해서 과정 자체가 간단하지 않다. 재료선정, 업체선정, 레시피 선정, 포장까지 다 관여하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걸린다. 학기 중 바쁠 때는 못하고 중반쯤 다음 학기 뭐할까 생각하다가 방학하면서 막 알아보고. 방학 끝날 때 쯤 출시해서 개강하면 내놓고 이런 식의 반복이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거 위주로 하려고 많이 돌아다니게 돼 남편과 아이들은 햄버거를 엄청 먹게 된다.

아쉽게 사라진 메뉴는
핫도그도 팔고 토스트도 팔았었다. 판매량이 어느 정도 나와줘야 되는데 하루에 20, 30개 팔리면 팔 이유가 없다. 학생들은 웹에 햄버거를 먹으러 오지 토스트나 핫도그를 먹으러 오진 않더라. 그래서 두 학기 정도 판매하고 없애게 됐다. 새로운 메뉴의 판매가도 기존 메뉴와 비슷해야 할 텐데 웹의 메뉴들이 10년 전 가격이라서 판매가를 맞추는 게 어렵다. 판매가와 매입가가 같기도 하고 판매가보다 매입가가 비싼 경우도 있다. 팔아서 이익이 남아야 기부금도 내고 학생들 인건비도 주는데 힘든 경우가 많아서 요즘 메뉴를 선정하는 게 더 어렵다.

효자 메뉴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제일 잘 팔리는 메뉴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불감자다. 작년에 나왔던 더블베이컨치즈버거도 많이 나간다. 하루에 햄버거는 천 개 정도 팔린다. 그중 불감자버거가 300개 가까이 판매되고 그 다음으로 더블베이컨치즈버거가 150개 정도 된다. 그리고 새우버거는 많이 팔리진 않지만 뺄 수 없는 메뉴다. 외국인들 중 고기가 들어가 있는 음식을 잘 못 먹으면 새우버거를 먹는다. 없으면 찾는 손님이 꼭 있어서 새우버거는 빼지를 못한다.

 
WEB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영문과 임종성 교수님이 학생과장으로 있을 때 복지시설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그 분이 학생식당 하나로는 학생들의 욕구를 다 충족하지 못할거 같으니까 “요즘 애들 햄버거 좋아하잖아?”라면서 구멍가게처럼 시작한 게 된게 웹이다. 그렇게 만들어지기로 결정이 났는데 이름을 못 정해 공모를 진행했다. 그래서 공모해서 뽑힌 이름이다. We Eat the Best의 약자다. 그때가 인터넷이랑 웹사이트들이 보급되고 있을 때여서 동음이의어처럼 친숙하겠다 싶어 뽑은 이름이라고 한다. 나름 각인될 수 있게 만드신 것 같다.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학생들에게 참 감사하다. 더 맛있는 것들이 많은데 학교 안에 있다고, 가격 대비 싸다고 해서 많이들 먹어주고. 운영자로서 고마운 일이다. 가끔 맛있게 먹었다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개인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시는 분들도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가격을 포기하는 대신에 그런 좋은 반응들이 오는구나 해서 감사하다.

가끔 광장이나 대숲에 음식이 잘못나갔다던가, 주문한 메뉴가 빠졌다는 불만이 올라오기도 한다. 직접 와서 얘기해주면 바꿔드리고 환불도 해드린다. 죄송하다고 하면 되니까 나는 괜찮지만 같이 일하는 학생들이 나쁜 글들이 올라올 때 상처를 많이 받고는 한다. 다 같은 학생들이라는 점을 한번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한 다리 건너면 친구, 후배인데 알바생들 똑바로 일 안한다고 비난하면 상처받지 않겠나. 보통 힘들면 조금하고 그만 둘거 같지만 대부분 친구들이 한번 오면 졸업할 때까지 일을 한다. 중간에 교환학생을 가고 휴학을 해도 다시 돌아온다. 어떤 친구는 웹을 동아리같다고 얘기하더라. 이들에게 알바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친구도 동생도 선배도 만나고 하는 공간이다. 학생들 딴에는 긍지를 가지고 일하는 곳이니 비난하기 전에 조금 이해해줬으면 한다. 특히나 학기 초에는 너무 바쁜데 새로온 친구가 많다. 사전에 교육을 한다곤 하지만 사람이 하다보니까 바쁘다 보면 실수가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을 이해해주면 고맙겠다.


정리·사진_이재윤기자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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