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시설과와 시설관리노동자(이하 노동자)들의 갈등은 작년부터 있었다. 노동자들이 용역에서 공무직으로 전환된 시점이다. 공무직 전환 이전 시설관리노동자들은 용역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계약직 용역업체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는 공무직으로 전환하면서 노동자들은 서울시가 책정한 체계 내에서 임금을 받게 됐다. 용역 시절 전기안전관리자의 임금과 직급 등은 일반 노동자들과 달랐지만 공무직 전환 후 노동자들의 직급이 일원화됐다. 이에 특정 노동자를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안전관리자 자리가 지속적으로 공석이 되자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문제가 대두됐다. 우리대학과 같이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안전관리자’라는 직책을 두어 전기 설비를 관리해야한다. 용역 때부터 전기안전관리자로 일한 A씨가 사망하자 2개월간 시설과 신승호 전기실장이 전기안전관리자 역할을 맡았다. 이후 B씨를 공무직으로 채용하고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했다. 그러나 1년 3개월 간의 근무 끝에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돼 다시 신승호 전기실장이 전기안전관리자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8월 초, 전기안전관리자 자리가 또다시 공석이 되면서 우리대학은 한 달간의 전기안전관자 선임 유예기간을 받았다. 전기안전관리자가 한 달 이상 공석일 경우에는 500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시설과는 자격증을 소지한 김 씨를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하려했지만 김 씨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에 대한 협의 중에 선임 신고를 했다는 점 △근로계약서 상에 전기안전관리자 업무를 수행해야한다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선임을 거부했다. 유예기간 내에 합의의 결론이 나지 않자 시설과는 김 씨를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신고했다.

 

쟁점 1.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가능성

학교 측과 노동자 측의 입장이 부딪히는 가장 큰 쟁점은 김 씨를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일반 시설관리 업무를 맡다가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되는 것이 정당한 인사발령이냐는 것이다.

김 씨가 조합원으로 속한 우리대학 공무직 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서울시립대학교분회의 박주식 분회장은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문제 때문에 (학교와 노동자가) 협의를 하는 중에 시설과가 일방적으로 선임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학교와 노동자 사이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선임 신고를 한 것이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설과는 일방적인 선임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인사발령이라는 입장이다. 애초에 김 씨는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하기 위해 채용된 사람이기에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시설과 이기철 전기팀장은 “김 씨를 채용할 때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 가능한 자’라는 조건으로 뽑았다”며 “용역에서 공무직으로 넘어온 기존의 노동자들과는 달리 엄격한 기준에 의해 채용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 때) 나중에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를 숙지했냐고도 물어봤다”고 밝혔다. 합의 과정에서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시설과는 서울시 인사과에 선임의 정당성에 대한 질의를 보냈다. 이에 서울시 인사과는 ‘해당 공무직이 채용 당시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가능한 자로 채용되었으므로 선임신고가 가능하다. 해당자가 피선임 및 직무수행을 거부하는 경우 업무지시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쟁점 2. 전기안전관리자 업무와 기존 시설관리 업무의 동일성

서울시 인사과는 시설과에 질의에 대한 답변을 보내면서 우리대학 담당 노무법인의 의견서를 함께 첨부했다. 해당 의견서는 △우리대학에 전기안전관리자 발령이 필요한 점 △해당 노동자가 선임을 조건으로 채용된 점 △기존 업무와 동일한 전기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우리대학이 노동자와의 협의를 위해 수차례 노력한 점을 들어 김 씨에 대한 선임이 정당한 업무지시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시설과는 전기안전관리자의 업무와 기존 시설관리업무는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 측은 기존의 단순 유지·보수 업무가 전기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업무로 바뀌는 상황에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선임신고를 한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김 씨는 전기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우리대학에 채용되기 전 전기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 등에 법적 책임을 가지는 전기안전관리자라는 자리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채 직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채용조건에 전기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요구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채용 후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된다는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되지 않은 다른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와 형식이 같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문제 조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채용조건에 따른 정당한 선임이라는 의견에 대해 ‘채용조건은 근로계약이 아니며 근로계약서 상 전기안전관리자를 표시한 바 없다’며 인사발령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기안전관리자라는 업무 명칭에서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보여지’며 서울시립대에는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관리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노동자를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하겠다는 인사발령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쟁점 3. 전기안전관리자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이해 및 소통부족

전기안전관리자의 선임에 관한 문제에서 시설과와 노동자들은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시설과는 전기안전관리자의 업무와 기존 시설관리 업무를 같다고 판단했다. 반면 공무직 노동자 측은 “업무범위는 안전관리자가 더 넓고 포괄적이다”며 “전기기술인협회에서도 이만한 시설을 단순 노무자인 공무직한테 전기안전관리자 직책을 전가시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시설과와는 달리 주장했다.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전기안전관리자의 직무뿐 아니라 그 대우에 있어서도 드러났다. 우리대학 담당 노무법인의 의견서에는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돼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공무직으로 전환 전에는 (서울시가) 용역회사한테 선임비를 용역비에 포함해서 지급했다”며 “근데 지금 학교에서는 안전관리자격증 수당이 별도로 안나온다”며 전기안전관리자의 대우가 책임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전기안전관리자의 권한에 대해서도 의사소통은 부족했다. 시설과 측은 “전기 안전 관리자는 함께 일하는 분들에 대해 업무지휘권이 있다”며 단지 책임만을 지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 측은 “공무직은 상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관리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전기안전관리자의 권한이 있다하더라도 현장에서 적절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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