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기획/특집
사랑의 E(에너지)는 인류의 g(중력)를 가로지른다
이한영 (서울시립대 국문학 박사 과정)  |  pres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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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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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과 <블레이드 러너 2049>

 <그을린 사랑>과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사랑의 E(에너지)를 통해 분석해 보았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의 조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용서해야 한다.
-편집자주-

   
▲ <그을린 사랑> (드니 빌뇌브, 2010)
오이디푸스의 역설(逆說)

인류의 심장에 내재된 여러 갈래의 세포들은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우리들의 살점 바깥으로 튀어나와 여러 갈래의 실타래가 되어 허공에 흩뿌려진다. 거미줄처럼, 투명한 이산화탄소의 혈관들처럼, 그리고 우주의 연결고리처럼. 이 세상에 고유한 명사(名詞)를 부여받고 태어난, 우리들은, 개개인이 특별하며 하나의 거대한 우주들이다. 그렇기에 우리 개개인은 심장 바깥으로 무수히 뻗어 나온 운명의 실타래의 자유분방한 얽힘으로 서로 뭉개지고 뒤엉킨다.
플라톤의 『플라토닉 러브』에 등장한 인간들이 서로의 등을 맞대고 있는 자웅동체였다면, 이제 각각의 우주로 분열된 우리라는 명사(名詞)들은 심장에서 쏟아진 피의 거미줄로 뒤엉킨다. 피는 온도를 띤 채 강렬한 농도를 생성하고 그 사랑의 농도는 더욱 묽어진다. 피의 형상화는 단단한 남근(男根)이 되어 뒤엉킨 거미줄을 끊어 내려한다. 필연적이었던 서로의 인연을 어떻게든 끊어내려는 인류의 고단한 고뇌이다.
하지만 인연은 결코 절단되지 않는다. 어린 오이디푸스의 발을 묶은 작은 실타래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명사(名詞)들의 문신은 우리의 살점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을린 사랑>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이다. 나왈 마트완이란 한 여성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살았던 탈레반은 반-기독교인들을 탄압했다. 그녀가 절실히 사랑했던 남자와 종교는 자신의 것과 달랐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결국 도망치려하지만,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두 오빠의 되돌릴 수 없는 폭력이었다.
사랑하는 그의 남자는 이제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우주가 아직 명사(名詞)를 부여받지 않은 채, 자궁 속에서 빚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어머니의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오른쪽 발등에 세 개의 점만을 남기고, 떠나버린다. 아이의 아버지가 반-기독교인이었기에, 나왈 마트완과 남자의 사랑은 그 세계에서 인정될 수 없었기에, 그 둘이 빚어낸 사랑의 흔적을 멀리,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별이 물리적인 떨어짐이라 해도, 그녀의 심장은 결코 아들을 떠나보내지 않는다.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억 개의 혈관들이, 거미줄들이, 자기장을 띤 중력들이, 무명(無名)의 아들을, 붙잡는다.
 훗날 시간이 흘러 나왈 마트완은 자신이 새롭게 낳은 이란성 쌍둥이들에게 자신의 유언이 담긴 편지를 남긴다. 너희들을 낳은 아버지와 너희들의 잃어버린 형, 그리고 오빠인 사람에게, 자신의 또 다른 유언이 담긴 편지를 전하라고. 시몬과 잔느는 찾아 나선다. 나왈 마트완이 말한 자신들의 아버지와, 그리고 형이자 오빠인 두 명의 남자를. 나왈 마트완이 죽어서까지 닿고 싶었던 혈관들의 미로를 따라, 허공에 흩뿌려진 그녀의 과거를 따라. 고대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마주한 진실을 외면하기 위해, 두 눈을 찌르고, 테베이아를 떠났던 것과는 달리. 그와 그녀는 어머니의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인류의 중력을 거스르는, 사랑의 E를 찾아…. 그와 그녀가 마주하게 될 진실이 설령, 오이디푸스가 목격했던, 진실보다 더 잔혹할지라도, 나왈 마트완은 말한다.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연결한다.’
그러한 깨우침을 그녀는, 그녀가 낳은 작은 오이디푸스들에게 전한다. 그 언어들은 또 다른 오이디푸스들인, 우리에게 이어진다. 전해진다. 사랑의 E는 중력g을 거스르는, 숭고한 것이기에. 분노와 복수, 전쟁과 살생, 그리고 증오를 넘어서는, 오직 인류만이 할 수 있는 힘.

   
▲ <블레이드 러너 2049> (드니 빌뇌브, 2017)
종(種)의 경계를 넘어…

종(種)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것을 분류해내고 구획하는가.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동물과 식물을 나누는 경계는 무엇인가. 아르네 네스와 카프라, 한스 요나스가 심층생태주의에서 주창한 인간과 자연의 평등함은 과연 이러한 경계와 기준에 적합한가. 우주 대폭발 이후 수많은 쿼크 입자들이 공간에 뿌려졌다. 핵이 형성되고 그러한 핵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전자 띠가 이루어진다. 지금의 우리를 있기에 한, 결합과 포개어짐이 시작된 것이다.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지구가 생겨났다. 그곳에 바다가 태어났고 작은 미생물들은 또 다른 결합을 통해 생명을 만들어냈다. 물고기가 육지로 올라와 포유류가 되었고 그것들은 훗날 인류의 조상으로 불리게 된다. 나무의 뿌리가 육지 속에서 수억 개의 가지를 뻗어나가듯, 여러 종(種)들은 다시 수많은 종(種)들로 분화되었고,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물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맹목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진화의 흔적과 증거는 여러 군데에서 밝혀졌지만, 아직 우리는 모든 생명의 현상을 단정해낼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직은 너무나 나약하고 작은 존재다. 이 거대한 우주와 풀리지 않는 여러 현상들에 비추어 볼 때에. 어딘가에 있는 신이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고 있다면, 인간의 존재는 작고 나약하다.
만일 신이 있다면, 필자는 이렇게 묻고 싶다. ‘왜 우리를 이곳에 있게 하셨나요.’ ‘왜 우리를 물고기들로부터 진화하게 하셨나요.’ 그리고 ‘왜 우리는 계속 당신을 넘어서려 하나요.’ 인간의 지능은 지구에 있는 다른 종(種)들과 비교할 때에 월등하다. 우리는 상위 포식자이며 우리가 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들이 구축한 정교하고 복잡한 사회 시스템은 우리 인간들을 이곳에서 특별하게 만들었다. 신이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신을 흉내 내려는 것인가. 수컷과 암컷이 결합하여 새로운 생명을 창출해내는 것은, 자연의 숙명이며 흐름이다. 하지만 그러한 흐름을 거부하고 신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을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19> 그곳의 거대 기업 타이렐사는 인간을 꼭 빼닮은 인조인간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리플리컨트들이라 불리며 출시시기에 따라 구제품과 신제품으로 나뉜다. 영화는 필연적으로 영상물이다. 영상은 우리들의 두 눈을 현혹시킨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영상 속에서 구분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실제의 거짓이 곧 진실이 되고 그곳의 진실은 곧 이곳의 거짓이 된다. 이 작품의 시대는 2019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 우리는 2017년의 막바지에 닿아 있지만, 인공지능은 이제 막 개발되는 단계이다.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인공지능 제품을 출시했고 또한 계획 중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혹은 아쉽게도 인류의 과학기술은 <블레이드 러너 2019>의 이미지를 따라잡지 못했다. 아직 우리들의 곁에는 우리와 꼭 빼닮은, 리플리컨트들은 없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지금 이곳의 풍경이 담겨 있다.
누군가를 아무렇지 않게 헤치는 살생(殺生)과 철저한 통제를 가능케 하는 관료주의(官僚主義), 그리고 생산품을 무분별하게 제작해내는 기업의 모습 등. 지금 우리들의 곁에는 리플리컨트와 같은 인조인간들은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블레이드 러너 2019’ 안에는 현재 우리의 사회 시스템의 복제품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복제들은 거짓을 진실로, 진실을 거짓으로 만들며, 우리의 눈에 비친 세계를 의심하게 만든다.
릭 데커드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인간을 살해하고 달아난 리플리컨트 세 개를 찾아 살생할 임무를 받은 블레이드 러너이다. 블레이드 러너가 인간과 리플리컨트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 나타나는 동공(瞳孔)의 변화를 통해서다. 아주 미세한 변화지만, 블레이드 러너는 그 차이를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을 꼭 빼닮은 종(種)들을 찾아낸다. 그렇게 찾아낸, 인간을 꼭 빼닮은 가공의 종(種)들은 처참히 제거된다.
릭 데커드는 달아난 리플리컨트들을 조사하던 중, 이 제품들을 만든 타이렐사에서 의문의 여성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레이첼. 타이렐사에서 내놓은 최신 제품으로 이전의 리플리컨트들과는 달리 자신을 실제 인간이라 생각한다. 바로 유년시절의 기억을 선명히 떠올리고 있기에. 하지만 이 기억은 타이렐사에서 주입한 것이다. 기억은 생산물처럼 제조된 것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실제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자신을 인간이라 믿게 만든다. 이러한 믿음은 릭 데커드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가 느끼기에 레이첼은 인간과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 눈물을 흘리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며 릭을 배려한다. 결국 릭 데커드는 그러한 레이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결국 상부의 명령을 끝까지 완수하지 않은 채 그녀와 함께 달아난다.
그리고, 30년의 시간이 흐른다. 실제의 시간도 영화의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82년도에서 35년이 지난 지금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로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만들어진다. 3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곳의 세계도 많이 변한다. 타이렐사는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킨 구형 리플리컨트를 전량 폐기한다. 그리고 인류에게 잘 복종하며 저항하지 않는 신형 리플리컨트를 제작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K’가 바로 신형 리플리컨트이다. 그리고 그러한 K가 아직 어딘가에 숨어서 살아가는 구형 리플리컨트를 찾아 제거하는 블레이드 러너가 된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어느 집 앞에 심어져 있던 흰색 나무 밑에 묻혀 있던 30년 전의 여성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전작에 나왔던 레이첼의 것이었다. 왜 구형 리플리컨트가 그녀의 유골을 나무 밑에 묻어주었던 것일까.
사실 그녀는 기적을 일으킨 존재였다. 바로 인간인 릭 데커드와의 사랑의 결실로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구형 리플리컨트들에게 하나의 신적 계시가 된다. 자신들도 인간들처럼 이를 출산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인간에게 구속되는 존재가 아닌, 보다 자유로운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됨을 증명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이 사건은 이들과 같은 종(種)이라 할 수 있는 K에게도 변화를 끼친다. 그리고 K는 처음으로 상부의 명령을 어긴 채 레이첼이 출산한, 인간과 인조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를 찾아 나선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실재하는 기적인지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 찰스 다윈(1809~1882)
사랑: 그 숭고한 이름

뒤엉킨 사랑의 실타래는 어디로 향하는가. 뒤엉킨 우리들은 화해할 수, 있을까. 인류가 만들어낸 사랑이란 중력은 뉴턴의 만유인력처럼 모든 것을 잡아당긴다. 그래서 때론, 그것이 사랑이란 단어로 지칭될 때라도, 폭력이란 가면을 뒤집어쓴다. 인류가 이 지구에서 행한 수많은 전쟁과 학살, 그리고 종교와 종교와의 대립, 하나의 종(種)이면서 수많은 종(種)들을 지배하는 억압과 탄압, 그리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남성과 여성 간의 갈등. 우주의 비밀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우주의 팔십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검은 물체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지금 이곳에 있다. 지구가 만들어낸 중력에 이끌려, 이곳에 도착했다. 중력이란 실타래가 끊어졌을 때, 우리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믿어야 한다. 신이 인류에게 부여한 숭고한 가치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다. 사랑은, 신의 한 세포이자, 갈비뼈이다. 사랑은, 아이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기적이고 그렇기에 고통스럽다. 그렇기에 서툴고 비틀거린다. 하지만 괜찮다. 너희들은 젊고 너희들의 시간은 길다. 혹시라도, 그 사랑의 방식이 서툴렀을지라도, 그로 인해 오해했을지라도,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지라도, 그 모든 것은 너희가 신의 일부이기에, 신이 남긴 사랑의 중력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음을. 그렇기에 너희는, 다시 두 발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너희들은, 신이 만들어낸, 기적이기에…….

이한영 (서울시립대 국문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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