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리대학 총학생회 선거는 40%를 만족하지 못해 개표조차 되지 못했다. 전체학생총회에서는 저조한 현장 참여율로 인해 총학생회의 활동보고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학생자치에 관해 서울시립대 광장의 자유게시판, 익명게시판, 대나무숲에서는 따가운 글들이 올라온다. “어지간히도 뽑을 사람 없었나보지”라는 익명의 글에 말도 안되는 핑계라는 댓글이 줄지어 달린다.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이라며, 무효표라도 던져야 하는 것이라며 ‘무투표’인을 비판한다. 학생자치에 무관심한 대학생은 비단 시립대만의 일은 아니다. 전남대도, 연세대도 총학생회를 조직하지 못했다. 일간지에서도 캠퍼스정치에 무관심한 대학생의 모습을 담았다.

정치의식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촛불집회가, 각 대학교의 시국선언이, 선거에 참여하는 20대의 투표율을 설명하지 못한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영하의 날씨에도 몇 시간씩 시위를 하지만 학교를 바꾸기 위해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정치의 참여와 캠퍼스정치의 참여를 가르는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오 마이 뉴스’는 변화가능성이라는 답을 설문으로 보여줬다. 사회정치에는 자신의 투표로 대표가 바뀔 수 있다. 바뀐 대표로 자신이 구성하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대학가는 여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투표로 변화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정치 효능감을 고려할 때에도 무투표자는 욕먹을 존재일까. 총학생회의 부족한 권한, 학생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의제가 적절히 섞여 투표를 해도 바뀔게 없다는 믿음을 만들어 낸다. 그런 상황에서 무투표자를 비판해본들 무엇도 바뀌는 것은 없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학생 사회는 정치 효능감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투표를 통해서 총학생회가 바뀐들 뭐가 바뀌지라는 질문에 대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표를 던지는 이들에게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답을 해줘야 한다. 그 대답에 정족수 이상의 사람들이 납득하지 않는다면 투표 무산은 되풀이될 뿐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으로는 설득할 수 없다는 소리이다. 지금까지 총학의 활동, 선본의 공략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저 축제 연예인을 부르는 존재, 서울시와 학교의 활동에 업혀가는 존재로는 지금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와 함께 총학생회가 가지는 권리에 대해서도 그 변화가 필요하다. 유권자의 역할이 단지 권리 이양자가 아닌 권력의 감시자가 돼야 유의미한 투표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윤 사회부장 ebuuni32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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