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는 대한민국에서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지난 11월 22일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열악한 한국의 의료 인프라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상태를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병사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인데요.

권역외상센터(이하 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장기손상, 과다출혈 등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 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을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이하 사망률) 이라고 하는데, 2012년 보건복지부는 35.2%의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인 20% 정도로 낮추기 위해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그렇지만 외상센터의 열악한 시스템으로 인해 환자들은 편히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외상센터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국회에 제출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중증외상진료체계 예산을 39억2000만원 줄였습니다. 고가의 의료설비를 갖추기가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면 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는 구조도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행위와 약제에 대해 급여 기준을 정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이 이를 잘 지켰는지 평가합니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다 보면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평가원은 병원의 진료비를 삭감합니다. 이런 식으로 작년에만 9곳의 권역외상센터 진료비가 약 50억원 가량이 삭감됐습니다.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외상센터의 전문의 인력기준이 20명이지만 공식 지정된 9개의 외상센터 중 2016년 6월을 기점으로 이 기준을 충족시킨 곳은 목포한국병원 뿐입니다.

이 교수의 작심발언 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시설과 인력지원을 확대하는 등 지원 체계 전반의 개선을 약속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국회가 약속한 중증외상 예산은 601억원으로 정부가 책정한 400억원보다 201억원 늘어난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지난 7일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조찬 세미나에서 “그 예산이 어디로 갈지 아시냐”며 “한국 헬기를 타기 시작한 지가 7년이 됐는데 여태까지 무선 교신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예산이 늘어나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와닿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환자가 다른 병원을 경유하지 않고 외상센터로 와야 하지만 외상센터의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은 일반병원 응급실을 주로 찾습니다. 일반병원 응급실은 중증과 경증을 가리지 않고 많은 환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골든아워’가 지켜지기 힘듭니다. 이렇게 타 병원을 경유해서 외상센터에 도착하게 되면 사망률은 더욱 높아집니다.

이교수의 작심발언 후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핵심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힘듭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역외상센터의 존재 및 필요성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김준수 기자 blueocean61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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